선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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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




이브/1985/120 x 120/한지, 채색/작가소장



* 늙어가는 아내에게 *

- 황지우 -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바람/1994/130 x 160/한지, 채색/작가소장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푸른초상/1990/120 x 120/한지, 채색/개인소장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붉은 초상/1992/157 x 121/한지, 채색/작가소장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 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 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 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 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푸른초상/2000/145 x 200/한지, 채색/작가소장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거야


- 서정태님의 그림과 황지우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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