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은 환상이다 < 매년 시월이 되면 맨하탄에선 뉴욕한인회 주관으로 한인 퍼레이드가 열린다. 그때 제일 앞에 나서는 상징물은 단기 사천 삼 백 몇 년이라고 쓴 현수막이다. 그날 행사를 벌리는 이 한인의 역사는 거의 반만년이 된다는 뜻이다. 국사 책에는 삼국시대인 고구려, 백제, 신라 때부터 자세한 기록이 시작되고, B. C. 기간에 해당하는 2300 여 년은 기록 이전이라는 선사(先史) 시대로 처리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는 고조선, 부여 그리고 삼국이 정립되기 전인 (고)구려, 동예, 삼한 등이 있다. 한인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으로 곧잘 5000 년의 역사와 단일민족을 내세운다. 그리고 우리가 단일 민족임을 내세울 수 있는 근거는 우리의 또 하나의 자랑인 바로 한글(훈민정음)이 아닌가 한다. 해서 한인을 짧게 정의하면 단일민족이며 한글을 사용하는 민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인을 단일민족이라 하려면 삼국이 붕괴된 후 발해와 신라인 남북국 시대에서 발해는 제외하고 신라 이후 한반도에 살아온 민족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왜냐면 고구려나 발해는 지역적으로 한반도를 벗어나 있으며 그 지역은 예로부터 숙신, 말갈, 거란(글안), 여진이라 불리는 민족이 거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조선이나 고구려, 발해는 우리가 말하는 조선족만으로 성립된 나라가 아니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기에 고조선이래 우리민족이 세운 나라는 단일 민족 국가라 함은 어불성설이요, 더 나아가 스스로 우리를 닫힌 민족으로 만드는 족쇄가 되고 있음을 주시해야만 한다. 고조선 건국 기록을 보아도 하늘나라(한인)족 일파를 이끌고 온 한웅(환웅)은 웅(熊)족과 호(虎)족 등이 살고 있던 곳에서 웅족과 결합하여 지배 계급을 형성하고 나라를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공식으로 인정된 고대 역사는 아니지만 러시아에 있는 바이칼 호수를 중심으로 사냥하며 살던 한인은 동쪽으로는 돈황과 몽고, 만주로 무대를 넓히며, 그 일파는 한반도에, 다른 일파는 알래스카를 건너 아메리카로 가니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쪽으로 간 일파는 돈황을 거쳐 티베트와 그 주변에 퍼졌다는 것이니, 그들 또한 한인(한족)이라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현재 한인(韓族) 후예들은 아주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을 둘러싸듯이 흩어져 있는 연변, 몽고, 위그르, 돈황, 티베트 한족은 중국의 간섭 등으로 빈국(貧國)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아메리카 인디언인 한족은 그 좋은 땅을 유럽에서 건너온 현 미국인에게 다 빼앗기고 멸족의 위기에 처해있다. 겨우 한족의 위신을 지키고 있는 나라는 남한이라고나 할까? 우리 민족의 지나온 길을 살펴보면 한(韓)족에서 (고)구려족으로, 조선족으로 내려오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러니 우리의 역사를 반(半)만년이라 하거나, 고구려나 발해를 우리의 역사로 끌어들이려면 당연히 한인은 단일민족이라는 허망한 굴레를 벗어 던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단일민족이라는 감정은 19세기말부터 제국주의의 침략에서 현 한국을 지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한반도 안의 한인만을 한민족(韓族)으로 한정하는 최면에 빠지게 한다. 결코 한인은 단일 민족이 아니다. 한인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할 뿐 아니라,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자들과 잘 화합하여 홍익인간을 이상으로 삼고 살아온 자랑스런 민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