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話頭)란 말 머리란 뜻으로, 시중에서는 핫 이슈가 생기면 그것을 화두라고 합니다. 올해의 화두는 `클론`이라니 또는 이라크와 전쟁이다 또는 북핵이다. 하는 게 그것입니다. 그런데 불교(선종)에서 말하는 화두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물론 클론이나 이라크와 전쟁, 북핵 문제가 간단한 문제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사안은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허리케인이나 태풍 같은 것이니까. 그럼에도 `간단`이라는 말을 감히 쓰는 것은 ㅎ힐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스승에게 어떤 화두를 받은 제자는 그 화두를 자기 생명처럼 여기며 자신의 온 힘과 정력(定力)으로 그것에 부딪혀 나아갑니다. 그에 반해 시중에서 말하는 화두란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거나 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거라는 생각으로 심심찮게 화제에 오르는 사건이나 요소(factor)를 뜻합니다. 성철스님은 신도가 뵙기를 청하면 먼저 삼천배를 시켰다는 것으로 유명했지요. 벌써 십 수년이 지났는데 ... 내가 아는 어느 불교 서클에서도 해인사에 단체로 가 삼천배를 하고 스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때 스님은 별 말도 없이 `삼서근`이라는 화두를 주며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는 것이죠. 그 중에 한 친구는 내가 이것 받자고 밤이 새도록 절을 했냐고 분개했는데... 어느 날 증산도당으로 되어서 나타났더군요. ^^ 그런데 삼서근이라는 무슨 뜻일까요? 삼서근이란 보통 어른의 옷 한 벌 만들 때 드는 양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삼서근이란 그 옷 속에 들어 있는 그 놈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보라는 뜻이지요. 그것을 알아본다고 하여 백과사전을 들여다보거나, 철학 선생에게 인간이나 인생에 대해 묻고 요점 정리하는 게 아닌, 숨쉬는 길 따라 오로지 삼/서/근 이란 말만 붙잡고 마음을 하나로 흐르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 부고인에게는 그런 화두가 필요할 리 없구... 대신에 무엇 하나 정해서 그것을 잊지 않고 이루어 나가는 화두 하나 잡으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어 매 달 첫 번째, 세 번째 일요일은 등산 가기로 정하고, 두 번째 네 번째 토요일은 술 마시기로 정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지켜나간다는 것 같은 거 말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올해는 불경 가운데 하나인 <금강경>을 반듯이 뚫고야 말겠다 하는 화두도 좋을 것 같군요... 년 초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계획을 세우는데 ... 우리 천하 부고인들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잘 지키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