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언비어` 진짜보다 더 솔깃
`내가 봤는데…`· 가짜 외신·위장 기사 등
모 일간지의 한 기자는 최근 청와대게시판에 오른 ‘가짜 기사’를 보곤 깜짝 놀랐다.
자신이 쓰지도 않은 ‘미국의 중고 무기구입을 둘러싼 군 내부 갈등’ 제목의 기사가 자신 이름을 달고 인터넷상에서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 그는 “인터넷 유언비어들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 황당한 ‘가짜 목격ㆍ경험담’ 난무
인터넷을 떠도는 유언비어가 위험수위를 넘어 사기행각에 가까운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다. ‘내가 봤다’는 식의 가짜 목격담이나 경험담 형식의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가 하면 신문기사로 위장된 글들이 떠돌아 네티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 유언비어의 주요 주제는 미군, 서해교전, 월드컵 관련 내용들.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사고사와 관련, 한국 축구팀의 ‘오노 세리머니’에 분개한 미군 운전병이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미군 장교이 증언했다는 글이 나돌고 있다.
서해교전도 미군 장갑차 사건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미국이 개입했다는 등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루머가 판을 치고 있다.
월드컵 기간에는 관련 루머가 홍수를 이뤘다. 지난달 말에는 대한축구협회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히딩크를 쫓아내려한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해 극에 달했고, 골키퍼 이운재 선수의 이름으로 된 “3~4위전 패배는 축구협회에 항의하기 위해 선수들이 일부러 져준 것”이라는 황당한 루머까지 떠돌았다.
■ 신문ㆍ통신기사 위장 줄지어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이런 루머들이 외신을 인용하거나 신문기사로 가장, 사실인 것 처럼 유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군이 장갑차 사고 후 부대 내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벌여 시민단체들이 항의했다는 유언비어가 모 통신사 기사로 위장돼 인터넷을 누볐다.
“한국에 남고 싶다”는 출처 없는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 등이 ‘축구협회 음모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지난달말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독일 약물복용설’ 해프닝도 루머가 모 통신사 기사와 같은 형식으로 정교하게 꾸며져 벌어진 어이없는 사태였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떠도는 글 상당수가 사실과 픽션이 뒤범벅이 돼 진실을 종잡을 수 없다”며 “어떤 때는 진짜 기사도 가짜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다”고 허탈해했다.
이재진(李在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10대들 이어서 허위정보에 쉽게 휩쓸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정보의 진위를 가릴 줄 아는 이용자들의 성숙된 판단력과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들의 적절한 개입 등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입력시간 2002/07/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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