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신문 5월27일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미대사관 직원용 아파트와 미대사관 건물 신축계획을 둘러싸고 시민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이들은 관계 당국이 미대사관 등의 신축 예정 부지를 매입해 제3의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연대, 겨레문화답사연합, 경실련, 내셔널트러스트운동 등이 참여하고 있는 ‘(가칭)덕수궁 미대사관 신축을 반대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지난 24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근대 문화유산이 집약된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 관련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문화주권 침해이자 우리 스스로 문화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시민모임은 먼저 미대사관 측의 미대사관 직원용 아파트 및 미대사관 신축계획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건설교통부에 대해 “가뜩이나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대문 안에 관련법 개정까지 추진하며 신축을 허용하려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한 나라의 수도 한 복판에 연면적 약 1만6천6백2평 규모(과거 조선총독부 연면적의 두 배 가까운 크기)의 대사관을 신축하는 사례는 전세계를 통틀어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덕수궁 터 대사관 건물 신축반대에 대한 대책으로 “서울시와 관계당국은 옛 덕수궁 터에 매장되어 있을 건물지 등 관련 유물에 대한 철저한 지표조사와 발굴작업을 조속히 실시함과 함께, 관련 유물에 대한 유무에 상관없이 역사경관 보존차원에서 옛 경기여고 터를 비롯한 옛 덕수궁 터를 재매입하고 미대사관 등에 관한 대체부지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임산 겨레문화답사연합 대표는 “최근 정동일대에 시립미술관, 박물관, 경희궁 등을 개관하고, 역사탐방로로 활용하고 있는 등 정동일대를 문화·역사 벨트로 조성하면서, 한편으로 이 곳에 고층 외국 대사관을 허용하려 하는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찬석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구한말에는 우리나라의 힘이 없어 서구열강의 요구에 정동의 땅들을 분할매각 했지만, 소위 국민소득 만불시대인 지금까지 고층의 러시아대사관, 캐나다대사관에 이어 미대사관까지 들어서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만은 없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시민모임은 앞으로 신축반대 온라인·오프라인 서명운동, 1인 시위, 규탄집회 등을 통해 범국민적 신축 저지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말 미 대사관측은대사관 건물 신축 사업과 관련해 주차장법 적용 예외를 요구한 데에 이어, 최근엔 서울 중구 정동 미 부(副)대사 숙소 자리에 직원용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면서 또 다시 주택건설촉진법 적용 예외를 관계 당국에 요청했고, 이에 건설교통부가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