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일보 안티기사 From:211.41.8.2
이름 : 홍보팀( ) 날짜 : 2002/05/08 조회 : 6
강 할머니가 밥집 현관에 마라톤화 스무 켤레를 죽 늘어놓았다.할머니가 신어 보이고 있는 신발은 6년 전 처음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하면서 신었던 ‘생애 첫 마라톤화 ’다. /아산=조인원기자
충남 아산시 탕정면 선문대 아산 캠퍼스 정문 옆 ‘철인 할머니 밥집’. 생태찌개와 굴비구이, 계란찜으로 상을 차리던 강점례 할머니(62)가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젊어보이는 강 할머니는 올해 ‘안티(反) 미스코리아’ 출전 선수다.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철인 3종 경기(수영 3.9㎞·싸이클 180㎞·마라톤 42.195㎞)를 뛰는 강 할머니는 ‘운동하는 여자가 아름답다’란 주제로 11일 남대문 메사 퍼포먼스 홀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나간다.
“나라고 왜 못 혀. 한 번 혀 보자.” 할머니는 96년 철인 3종 경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철인 3종 선수였던 남편 김용견(67)씨에 이어 손녀 선혜까지 ‘어린이 철인대회’에 나서자 의욕이 불끈 솟았다.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 스피드가 떨어지긴 해요. 그래도 담 하나는 크고 또 누구한테도 져 본 일이 없어요.” 싸이클은 ‘학창 시절 자전거 실력’으로 밀어 붙였다. 수영 입문은 동네 목욕탕에서 이루어졌다. “딸로부터 설명 딱 한 번 듣고 나서 머리 팍 쳐박고 발 동동거리면서 목욕탕 한바퀴 돌았답니다.”
할머니가 나선 첫 경기는 96년 6월 속초 대회. 4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철인 3종 ‘올림픽 코스’였다. “차로 막고 하는 대회에서 혼자 꼴찌로 뛰는 게 어찌나 미안한지 나중에는 보도로 올라와 뛰었어요. 돌멩이 붙들어 맨 듯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반환점에 가보니 철수 중이더라고요. 경기 진행요원들에게 ‘나는 나대로 갈테니 어서들 들어가시라’고 했지요. 그런데 그중 한 분이 ‘조금만 더’를 외치며 같이 뛰어 줬어요.
그뒤로 지금까지 철인 3종 뿐 아니라 마라톤 대회, 북극곰 수영대회 등 총 26차례 경기에 나섰다. 철인 3종 경기 ‘풀 코스’는 두번 완주했지만 아직 인증서는 못 받았다. ‘17시간 내 완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영하다가 발에 쥐가 나는 바람에 딱 3분 넘긴 적도 있어요. 내년에는 꼭 17시간 내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지요.”
“자식들 부담 안 주고 할아버지와 둘이 맘 편하게 전국에서 열리는 경기 다니려고 식당 냈어요. 한번 경기 나가면 경비가 얼마나 많이 든다고요.” ‘철인 할머니 밥집’은 일종의 ‘컨셉 레스토랑’이다. 현관 신발장은 마라톤화 스무 켤레로, 벽은 각종 사진과 기념패, 기록증으로 빽빽하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선문대~현충사~온양다리~터미널로 해서 뛰는데 시간이 없어 제대로 연습 못해요. 장도 봐야지, 바쁜 딸 대신해 손주들 학교에 데려다 줘야지, 반찬도 해야지….” 할머니는 그래도 “결승 지점을 통과할 때의 그 짜릿함 때문에 헤엄치고, 페달 밟고, 달린다”고 말한다. “특히 수영하면서 꼭 세상살이 같다는 생각을 해요. 어려운 일, 좋은 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속에서 누구한테 의지할 것 없이 그저 앞으로만 나가는 거지요.”
( 아산=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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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홍보팀( ) 날짜 : 2002/05/08 조회 : 6
강 할머니가 밥집 현관에 마라톤화 스무 켤레를 죽 늘어놓았다.할머니가 신어 보이고 있는 신발은 6년 전 처음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하면서 신었던 ‘생애 첫 마라톤화 ’다. /아산=조인원기자
충남 아산시 탕정면 선문대 아산 캠퍼스 정문 옆 ‘철인 할머니 밥집’. 생태찌개와 굴비구이, 계란찜으로 상을 차리던 강점례 할머니(62)가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젊어보이는 강 할머니는 올해 ‘안티(反) 미스코리아’ 출전 선수다.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철인 3종 경기(수영 3.9㎞·싸이클 180㎞·마라톤 42.195㎞)를 뛰는 강 할머니는 ‘운동하는 여자가 아름답다’란 주제로 11일 남대문 메사 퍼포먼스 홀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나간다.
“나라고 왜 못 혀. 한 번 혀 보자.” 할머니는 96년 철인 3종 경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철인 3종 선수였던 남편 김용견(67)씨에 이어 손녀 선혜까지 ‘어린이 철인대회’에 나서자 의욕이 불끈 솟았다.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 스피드가 떨어지긴 해요. 그래도 담 하나는 크고 또 누구한테도 져 본 일이 없어요.” 싸이클은 ‘학창 시절 자전거 실력’으로 밀어 붙였다. 수영 입문은 동네 목욕탕에서 이루어졌다. “딸로부터 설명 딱 한 번 듣고 나서 머리 팍 쳐박고 발 동동거리면서 목욕탕 한바퀴 돌았답니다.”
할머니가 나선 첫 경기는 96년 6월 속초 대회. 4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철인 3종 ‘올림픽 코스’였다. “차로 막고 하는 대회에서 혼자 꼴찌로 뛰는 게 어찌나 미안한지 나중에는 보도로 올라와 뛰었어요. 돌멩이 붙들어 맨 듯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반환점에 가보니 철수 중이더라고요. 경기 진행요원들에게 ‘나는 나대로 갈테니 어서들 들어가시라’고 했지요. 그런데 그중 한 분이 ‘조금만 더’를 외치며 같이 뛰어 줬어요.
그뒤로 지금까지 철인 3종 뿐 아니라 마라톤 대회, 북극곰 수영대회 등 총 26차례 경기에 나섰다. 철인 3종 경기 ‘풀 코스’는 두번 완주했지만 아직 인증서는 못 받았다. ‘17시간 내 완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영하다가 발에 쥐가 나는 바람에 딱 3분 넘긴 적도 있어요. 내년에는 꼭 17시간 내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지요.”
“자식들 부담 안 주고 할아버지와 둘이 맘 편하게 전국에서 열리는 경기 다니려고 식당 냈어요. 한번 경기 나가면 경비가 얼마나 많이 든다고요.” ‘철인 할머니 밥집’은 일종의 ‘컨셉 레스토랑’이다. 현관 신발장은 마라톤화 스무 켤레로, 벽은 각종 사진과 기념패, 기록증으로 빽빽하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선문대~현충사~온양다리~터미널로 해서 뛰는데 시간이 없어 제대로 연습 못해요. 장도 봐야지, 바쁜 딸 대신해 손주들 학교에 데려다 줘야지, 반찬도 해야지….” 할머니는 그래도 “결승 지점을 통과할 때의 그 짜릿함 때문에 헤엄치고, 페달 밟고, 달린다”고 말한다. “특히 수영하면서 꼭 세상살이 같다는 생각을 해요. 어려운 일, 좋은 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속에서 누구한테 의지할 것 없이 그저 앞으로만 나가는 거지요.”
( 아산=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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