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한

by 이기승(19회)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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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갈때 차몰고서 두세시간 족히라오
최소한달 한번이상 꼬박꼬박 찾아가오
그만와라 소리듣고 안갔다간 끝장이오
시댁어른 눈총이오 시누전화 욕뿐이오
갈때마다 싸간다오 살림몽땅 싸간다오
싸가봤자 노가다요 내가할일 천지라오

친정갈때 버스타고 이삼십분 뿐이라오
우리아빠 고기사고 회사놓고 기다리오
그래봤자 안간다오 명절밖에 안간다오
혼자서도 못간다오 차비없어 못간다오
빌려래도 갈랬다오 그랬다가 욕먹었소
실제거리 코앞이오 그런데도 못간다오

엄마온다 전화왔소 신랑한테 애기했소
엄마드뎌 오셨다오 신랑벌써 도망갔소
반찬바리 싸오셨소 고맙고도 죄송하오
시댁반찬 본적없소 단한번도 못받았소
우리엄마 가셨다오 그제서야 신랑왔소
잘가셨나 물어볼때 귀싸데기 치고싶소

시댁어른 생신이오 친정에서 선물줬소
말한마디 없으시오 고맙다도 안하시오
시누시댁 갖다준다 바리바리 챙기시오
우리친정 단한번도 쌀한톨도 못줘봤소
친정식구 생신이오 그날따라 약속있소
그친구들 이상하오 그날에만 만난다오

이내생일 다가왔소 시댁에선 암말없소
신랑마저 몰라주오 친정전화 뿐이라오
신랑생일 다가왔소 시댁에서 전화왔소
밥미역국 챙겨줬나 아침부터 확인이오
우리엄마 전화왔오 선물까지 보냈다오
저런인간 사위라구 뭐한다구 챙긴다우

시댁가면 애새끼들 좋아라고 난리라오
할아버지 품안에서 안겨서리 좋아하오
할머니께 업혀서리 이리저리 뛰논다오
외가가면 외면하오 낯설어서 겁낸다오
보는마음 안타깝소 애새끼만 야단치오
과자갖고 달래봤소 겨우겨우 안겼다오

이내인생 이렇다오 가끔씩은 죽고싶소
이런인물 인줄내가 진작부터 알았으면
결혼따윈 안했다오 만나지도 안했다오
난속아서 결혼했소 사기꾼에 당했다오
처녀들아 조심하오 남자속은 모른다오
생각없이 갔다가는 이내꼴과 똑같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