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와 AOL, 지금은 전쟁중
윈도XP 제휴 협상 끝내 결렬, 차세대 인터넷 `지존` 싸움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인 AOL타임워너가 차세대 인터넷 패자 자리를 놓고 전면전(全面戰)을 시작했다.
두 회사는 원래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접속 서비스란 자기 영역에서 각각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그런 두 회사가 전면전을 시작한 이유는 양측이 같은 미래 목표와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모두 인터넷으로 고객을 묶는다는 기본 전략을 세웠다. 두 회사 모두 머지 않은 장래에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장비를 통해 항상 인터넷으로 접속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한 산에 두 마리 호랑이처럼 어느 순간 두 회사는 사사건건 다투게 됐다.
■MS, 자금력 앞세워 인터넷 서비스 공략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치 국내 천리안과 하이텔같은 전화선을 통한 통신 서비스, 나아가 초고속통신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분야의 최강자 AOL에겐 큰 위협이 분명하다. 반면 AOL은 MS와 경쟁하는 각종 프로그램 제작사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MS를 위협하고 있다. MS가 넷스케이프와 시장 쟁탈전을 벌이면 넷스케이프와 손을 잡았다. MS가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들고 나오면 경쟁사인 리얼네트워크스와 긴밀히 협조한다. MS 입장에서도 AOL은 눈에 가시다.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지만 AOL의 이용자 3000만명은 지금도 AOL 전용브라우저를 사용한다. AOL 사용자들은 오랜 기간 AOL 서버 안에 수 많은 자료를 저장해 왔다. AOL이 십 수년간 쌓아 놓은 이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이 브라우저를 이용해 접속해야 한다.
양측은 모두 인터넷을 장악하기 위해선 상대방을 그냥 두어선 안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6월 16일 두 회사는 MS의 차세대 운영체계인 윈도XP 관련 제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윈도XP에 AOL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넣는 문제를 두고 6주간 협상을 벌였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6주간 협상을 벌였지만 양측은 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MS는 오는 10월 윈도XP를 출시할 예정이다. AOL과 MS는 윈도XP 출시를 전쟁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MS는 윈도XP를 통해 금융·쇼핑·오락 등을 묶어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터넷으로 기업 활동의 축을 옮기겠다는 ‘닷넷(.NET)’ 전략을 구현해 만든 첫번째 운영체제가 바로 윈도XP다. 닷넷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종류의 기기를 통해서라도 인터넷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뿐 아니라 이동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을 이용해서도 인터넷과 접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MS의 닷넷 전략은 AOL에겐 커다란 위협요소다. 윈도XP는 초고속 인터넷 접속용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AOL에게는 부담스러운 내용이다. AOL은 인터넷을 통한 금융거래 등 MS가 내세우는 닷넷과 유사한 서비스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AOL은 PC 이외의 제품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S는 최근 자사의 포털 사이트인 MSN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MSN이 바로 닷넷 전략의 전진기지다. 지난해 말 MS는 인터넷 서비스 부분에 모두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풍부한 자금으로 밀어붙인다는 전략이다. 최근 미국 본사를 방문하고 돌아 온 한국 MS 고현진 사장은 “본사 MSN 사업부 직원들은 AOL과 대결 준비에 온 정신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국지사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전쟁 준비에 너무 바빠서라는 설명이다. MS와 AOL이 제휴협상을 벌였다고 하지만 양측은 협상과 동시에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
AOL측은 협상이 실패한 이유를 `동영상(動映像) 재생 프로그램인 미디어 플레이어를 둘러 싼 의견 충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사업은 엔터테인먼트다. 세계 음악 산업 연맹은 연간 음악 시장 규모를 385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CD나 테이프 형태로 음악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점차 인터넷을 통해 파일 형태로 음악을 사서 듣기 시작했다. MS와 AOL은 모두 이 분야 사업을 큰 비중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인터넷을 독차지 할 수 없다. MS와 AOL은 각자 연합군 구축에 나섰다. MS는 소니 뮤직과 유니버설 뮤직이 합작해 만든 온라인 음악 회사인 프레스플레이(presssplay.com)와 손을 잡았다. 8월 서비스를 시작할 프레스플레이는 자사 사이트 뿐만 아니라 MSN을 통해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다.
AOL은 이미 EMI, BMG, 베텔스만 워너뮤직(AOL타임워너의 자회사)을 묶어 뮤직네트(musicnet.com)라는 온라인 음악서비스 회사를 만들어 둔 상태다. 음악 콘텐츠 자체만 비교하면 AOL 진영이 우세하다. AOL이 원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반면 음악을 재생하는 프로그램 분야는 단연 MS가 강세다. MS의 운영체제 윈도가 전세계 컴퓨터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MS는 이 윈도에 자사의 멀티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인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기본적으로 깔아 두었다. AOL 진영은 미디어 플레이어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리얼 네트워크스사의 ‘리얼 플레이어’를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다.
■`상대방 제외하면 경쟁자란 없다`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은 단순히 음악이나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최근 나온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리얼 플레이어는 각종 TV와 라디오 또는 인터넷 방송 채널을 보여 준다. 사용자는 원하는 채널을 선택해 뉴스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이 제작사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
MS는 AOL측에 리얼 플레이어를 포기하고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이용하라고 요구했다. AOL은 “MS가 인터넷 음악시장까지 독점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며 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두 회사는 이미 온라인 쇼 비즈니스를 둘러 싸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인 마돈나와 재닛 잭슨이 각각 AOL과 MS를 대신해 1차 대리전을 치루었다. 지난 5월 AOL은 마돈나 이벤트를 진행했다. AOL은 마돈나 세계 투어 콘서트 티켓 한정 예약 판매를 실시했다. 일반 예매 이전에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표를 팔았다. 물론 우선권은 신규 가입자에게 있었다. 가입자가 쇄도했고 판매 한 시간만에 표가 동이 났다. 한순간에 신청자가 몰려 심지어 서버 속도가 느려질 정도였다.
MS는 재닛 잭슨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MS는 잭슨의 7월 전미 콘서트 티켓을 온라인으로 판해했다. 물론 MS의 포털 사이트인 MSN 가입자만 표를 살 수 있었다. 한마디로 경쟁사의 판매 전술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것이다.
MS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인터넷 서비스 전문기업인 AOL을 압박하고 있다. AOL은 최근 월 이용료를 21.59달러에서 23.90달러로 올렸다. 그러자 MS는 MSN 이용료를 2003년 1월 1일까지 21.59달러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AOL이 믿는 것은 3000만명에 달하는 충성스런 이용자들이다. MS가 자사의 포털인 MSN을 밀고 있지만 이용자 숫자는 아직 500만명에 불과하다. AOL의 다른 자랑거리는 이 회사의 인스턴트메시지(AIM) 서비스다.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인 AIM은 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자랑한다.
AOL은 MS가 독점의 횡포를 부린다고 불평하지만 인스턴트메시징 분야에선 MS와 똑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AIM은 타사가 만든 메신저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 가령 MS의 메신저 프로그램인 MSN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AIM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 AOL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MS는 야후 등 다른 업체와 손을 잡고 메시지 표준화 국제기구를 만들어 대항하고 있다. 오히려 MS가 AOL에게 프로그램을 공개해 다른 업체들이 만든 메시징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AIM 사용자와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AOL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AOL 브라우저를 이용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AOL 가입자라고 해도 전용 브라우저가 없으면 콘텐츠를 내려 받거나 볼 수 없다. 수십년간 수천만 가입자들이 쌓아 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독점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AOL은 MS를 미워하면서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과 AOL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이제 상대방을 제외하면 경쟁자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전쟁의 승자가 인터넷을 지배할 것이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