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가면 무도회

by 장성호(29회)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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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이란 얼굴에 쓰는 물건이지요
그 얼굴이란 인간에게만 존재한다지요
개나 소에게는 얼굴이 없지요 오직 머리만 있을 뿐이지요

가면은 복면이 아닙니다
가면은 탈과 다름이 아니지요

시장 바닥에서 탈을 쓴 사람이 탈이 나서 아파죽는 모습에
구경꾼들은 박장대소합니다

탈을 쓴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기 자식을 보고
허둥지둥 애타는 모습에
구경꾼들은
그것도 탈춤인 줄 알고 박장대소합니다

탈을 쓴 사람은 자신의 고통과 슬픔으로 구경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걸까요
유머와 역설 그리고 해학이 바로 가면과 탈의 본 모습이지요

가면은 진실을 덮는 것이 아닙니다

복면을 쓴 프로 레슬러나, 복면을 쓴 은행강도나
복면을 쓴 테러리스트와는 전적으로 다릅니다
그 복면은 인기에 영합하거나 ,자본주의의 상술에 종속되거나,
과격한 종교적 신념에 종속되거나 , 현대 테크놀로지의 부산물에 불과하지요
그 복면은 바로 부정적인 것을 생산하는 것이지요

가면은 인간의 거짓과 위선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가면을 벗으면 누런벽와 검은 구덩이의 얼굴이 나타나지요
그 얼굴은 복수와 증오 그리고 탐욕으로 물들어 있기도 하지요
한편 가면의 이면에 참된 진실이 숨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가면이 더욱 인간적일 수 있지요

가면을 쓴다는 것은
인터넷처럼 익명성의 바다로 뛰어들어
비인칭적인 그리고 균열된 자아로 새롭게 변신하는 것이지요

가면을 쓴다는 것은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여 새로운 삶을 창안하고자하는 욕망의 표현이지요
그것은 가면을 쓰고 대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입니다

배우나 작가는 가면을 쓰고 변신하면 그의 일관성과 생명을 잃어버리지요
드디어 배우나 작가라는 행위자는 사라지고
오로지 그 작품명이나 작품번호만 남게 되지요
전치와 가면을 쓰고 변신하여 새로운 드라마를 창안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가면을 쓰는 사람은 아름답지요
가면을 쓰고 인간적인 냄새를 지우고
가면을 쓰고 허위와 자기 기만 그리고 위선을 지우고
가면을 쓰고 고귀하고 새롭게 변신하여
차이나고 독특하며 다양한 존재자로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요

가면을 쓰고 변신한다는 것은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요
삶의 부조리를 일소하고 삶의 질서를 새롭게 배치하여
다른 사람에게 유쾌한 삶을 살도록 촉발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가면을 쓴다는 것은 긍정적인 반복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가면과 변신은 반복의 키워드라고 할수 있지요
어쩌면 반복이 가면과 변신을 창조한다고 할수 있지요

가면을 쓴다는 것은 생성이며, 사건이며, 반복입니다
여러가지 색다른 가면을 쓰고 다양한 삶을 산다는 것은
고집스러운 자아를 깨고 , 새로운 익명성의 자아를 솟아나게
한다는 것입니다

다체로운 가면을 쓴 군상들이 가면 무도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탈을 쓴 군상들이 탈춤을 추고 있습니다
수많은 차이나는 탈들을 위한 단 하나의 탈이 존재합니다

그 가면과 그 탈은 바로 존재자체입니다
수많은 존재자들을 위한 단 하나의 존재,,,
가면을 쓴 사람은 바로 존재의 일의성을 실천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