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5월 23일 선농축제 등반대회가 있었지요
오늘은
단지 13번째 선농 축제 등반대회를 기념하고 재현하기 위한 것은 아니였지요
어쩌면 노천광장에 모인 선농축제 모임 자체가 축제를 벌였던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축제란 `다시 반복할 수 없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랍니다
축제가 벌어지는 내내
우리의 눈은 순간 순간을 포착 하는 일종의 카메라였지요
마치 그 눈이 디카인것처럼
차이나고 독특한 동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반복적으로 눈동자에 아로 새겼지요
반복이란 행동이고 ,행위이고 ,생성이고 사건이랍니다
오늘 선후배님들의 율동과 눈마춤에서 무수한 기호들이 방출됐지요
그 기호들은
빗장풀린 텅빈 시간의 형식에서 솟아나는
심층적이고 내면적인 어떤 떨림과 감응을 말한답니다
그런 떨림들은 낯설은 것이고 `어두운 전조`와 같은 심연이랍니다
그 기호들은 비자발적인, 수동적인 어떤 강도깊은 `감성`이지요
부고 졸업 40주년 ,30주년그리고 20주년을 기리는 각 기수 동문들은
지난 축제와는 차별화된 음악과 율동 그리고 열정을 보여주셨지요
그런 율동과 열정에 순간적으로 전염되듯이
땡볕 노천강당에 운집해 있는
다질적이고 이질적인 각각의 동문들이
눈과 눈으로, 몸과 몸으로 복수로 끝없이 접속하고 공명하고
각자의 삶의 방식에 변용과 감응을 주면서
축제에 모인 집합적인 `사대부고 동문 공동체`에
독특하고 다양한 삶을 창안하도록 했지요
특히 고도로 훈육된 해병대 의장대의 총검술과 몸동작들은
선농축제의 또하나의 색다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었지요
똑같아 보이나 차이나는 의장대원들의 몸동작들은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라
하나의 연극-기계 또는 음악-기계와 같았지요
그 기계는 노천극장에 모인 동문들의 눈빛의 흐름을 절단하고
채취하여 새로운 드라마 또는 극화를 연출한 것이지요
그들은 새로운 삶의 연출가였답니다
매년 선농축제는 반복된답니다
그것은 긍정적이고 우연적으로 비동일하게 반복해야 하지요
이윽고 3부에서 어떤 게임이 있었지요
홍팀과 백팀간의 홍딱지와 청딱지을 서로 뒤집는 경기 말입니다
각 팀이 서로 반복하여 누가 더 많이 자기편 색으로 뒤집나 하는 게임이요
그 게임은 승부의 세계가 아니였지요
말하자면 무목적인 하나의 놀이였지요
함께 존재하고, 함께 참여하여 마냥 즐거운 놀이
즉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반복을 말하지요
놀이는 우연적이고 익명적이고 비인칭적이어야
더욱 더 기쁨을 준답니다
오늘 축제기간 우리들은 모든 원한과 번뇌를 잊어버리고
기쁘고 긍정적인 정념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었으니 이 얼마나 행복했나요 ?
꽃장식 모자를 쓰신 어떤 노 선배님은 땡볕에 디카를 들고
스탠드에 모인 각 동문들의 애벌레-주체와 같은
꿈뜰꿈뜰한 몸동작을 렌즈에 담고
만면에 미소지으며 노천극장에서 벌어지는
동문들의 순간순간 인상깊은 장면들을 포착하셧지요
바로 그 선배님은 새로운 삶을 창안하시는 예술가였지요
지난축제와 동일하고 유사하고 부정적인 반복이 돌아 오지 않도록
어떤 기수에서 탈춤극을 연출한 바와 같이
그 선배님도 오늘 축제장에서 새로운 가면을 쓰고
극장 분위기를 180도 전치시키고 전복시켰던 것이지요
하나의 유머이자 역설이었지요
그리고 스탠드에 모인 각 기수들마다
그 청순한 디카-선배님처럼
축제의 장에 비균등하고 비균일한 그리고 색다른 변화를 가져다 주셨지요
비록 술과 분위기에 취해 비틀비틀하셨지만
그 동문들이야 말로 축제의 완벽한 조연이셨지요
선농축제는 끝없이 변하고 반복되어야 합니다
그 반복은 동일한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과거의 원전이나 레파토리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일그러지고 비균등한 어떤 `허상 또는 환상`을 창안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원본도 진본도 그리고 사본도 없는 그런 축제를 말입니다
선농축제는 부정적인 것을 다시 돌아 오지 않도록하고
오직 긍정적인 것만이 생성되고 영원회귀토록 해야 합니다
제 13회 축제행사준비에 눈에 보이지 않게
애쓰신 수 많은 선후배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함께 참여하신 부고 동문들 개개인의
건강과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오늘 사대부고의 뜨거운 동문애를
온 몸으로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