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이경희
길을
잃어버렸다
코끝에 스치는 장미 향기를 따라 나서다
가시 넝쿨 속에 갇혀버렸다
가시에 칭칭 묶여서도
짙은 향기에 취해 살갗을 뚫는
선혈조차 장미꽃이 되었다
하늘에 그 많던 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익히 정겨웠던 조팝꽃 흔들다 날아가는
텃새의 지저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귀를 기울였지만
더 이상 새는 내 어깨 위로 날아와 앉지 않았다
검붉은 핏빛이 질퍽이는 내 무릎위로
꽃잎을 떨구던 하현달
조용히 하늘을 저어 계절을 떠나고 있었다
정적의 꽃 나루로
언젠가 뜨락 아래 피었던 풀꽃 냄새가 실리어 왔다
오랫만에 저녁밥 익는 냄새를 맡았다
저 들창, 불빛 밤 밝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거미줄처럼 터진 살갗 속에서
걸을 때마다 장미향기가 새어 나왔다
또 길을 잃어버릴 모양이다.
주 : 위 시 스토리문학관(www.storye.com)에서
`2002년 7월의 시`로 선정된 작품임.
이경희
길을
잃어버렸다
코끝에 스치는 장미 향기를 따라 나서다
가시 넝쿨 속에 갇혀버렸다
가시에 칭칭 묶여서도
짙은 향기에 취해 살갗을 뚫는
선혈조차 장미꽃이 되었다
하늘에 그 많던 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익히 정겨웠던 조팝꽃 흔들다 날아가는
텃새의 지저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귀를 기울였지만
더 이상 새는 내 어깨 위로 날아와 앉지 않았다
검붉은 핏빛이 질퍽이는 내 무릎위로
꽃잎을 떨구던 하현달
조용히 하늘을 저어 계절을 떠나고 있었다
정적의 꽃 나루로
언젠가 뜨락 아래 피었던 풀꽃 냄새가 실리어 왔다
오랫만에 저녁밥 익는 냄새를 맡았다
저 들창, 불빛 밤 밝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거미줄처럼 터진 살갗 속에서
걸을 때마다 장미향기가 새어 나왔다
또 길을 잃어버릴 모양이다.
주 : 위 시 스토리문학관(www.storye.com)에서
`2002년 7월의 시`로 선정된 작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