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과 맥주한잔]
시원한 한잔의 맥주로
이 무더운 여름을 식힐 수 있다면,
따른 맥주의 거품으로 날려 보낼수 있다면,
기꺼이 한잔을 잡아야겠다.
지쳐버린 몸뚱이도
잠시 풀밭에 묻어두고
이제는 가누지 못하는 몸이라도,
거기에 찬 맥주가 속속들이 스며들고 있다.
공허한 가슴으로 찬바람이 찾아들며,
벌겋게 상기된 얼굴엔,
흔들리는 몸을 주체할수 없으면서도
흥얼거리는 말뿐.
빈잔에 맥주는 또 채워저야만 했고
남겨진 거품은
밀려드는 아픔의 깊이를 말해줄뿐,
흐려지는 눈망울은 한없이 흐려만가고
그러나 흥얼거리던 말은 흐느낌으로 변하며,
누었던 잔듸밭에는 한 밤의 냉기는 찾아 든다.
위로하는 이는 보이지 않는데,
지나가는 행인은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몸은 이렇게 또 한없이 땅 속으로 꺼저만 가고 있다.
양 어깨에 눌려진 무게만큼으로
하늘과 땅은 혼돈 해지고,
구름 사이로 감추어졌던 달빛은 고개를 내밀며,
어느덧 또 빈잔을 채우고 있다.
떠나는 이의 이별의 언어는 이어지고,
다시 채워진 술잔을 들면서,
먼 훗날 만남의 약속은 이어져 간다.
이 밤이 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아오면,
나는,
또 다시 삶을 위하여 이리 저리
발걸음을 종종거리련만,
누군가 다가와 일으켜 줄 사람
없음을 알지라도,
난 나의 술잔의 깊이를 알고 있으니
그냥, 누워서 잠 들어 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