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으로 가는 길목

by 김용민 (21회)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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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가는 길목]



새벽 두 세시 쯤이면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다


불끄면 기다렸다 기어나오는 바퀴 벌레처럼

생각들은 수천의 불 나방되어

잠궈도 잠궈도 스멀스멀 스며 들어와

끊임없이 뒷 머리에 달라 붙는데

밀려 들어오는 생각들을 검열 하느라

용량이 모자라는 머리는 바쁘다



습관처럼 되어버린 테레비젼 화면 안에서는

또 익숙하게 가는 비 오고

긴 바늘 힘겹게 밀며 가파른 언덕 오르던 시간이

베갯 머리에서 재깍 재깍

가쁜 숨 토해 내며 쉬고있다


어제와 오늘이 흰 금 그며 갈라지는 틈새로

가뭇 없이 감기는 내 외로움

추억은 대부분 푸른 선혈 토해 내며 죽어가지만

내일이 먼저 그 죽음에 닿아있어

미처 목숨 대신할 방법을 찾지 못한것들은

점점이 흩어지는 어제의 살점 속에 그대로 묻혀있다



하얗게 더듬어 내려오는

내 불면의 잘려진 머리카락 틈새로

칼칼이 막아서는 세상 문턱

커져버린 머리에 눌려 납작해진

새 살 돋다 만 꿈 하나

부러질듯 길목 되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