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넓은 앞뜰을 잔디로만 채우긴 싫어서, 7-8년전 몇 개 꽃나무 모종과 어디서 구했는지 무슨 나무인지 기억도 없는 나무모종 하나를 빈 공간에 심어 놓았더니, 노랑, 빨강, 연초록의 무성하게 자란 꽃나무들 틈바구니에서, 앞뜰에 어울리지 않게 키가 큰, 가지가 울창한, 여름엔 앞뜰을 온통 연초록 잎사귀로 덮어버릴 만큼 커다란 뽕나무로 자라버린 거야. 직장관계로 집을 멀리 떠나있어 일년에 고작 몇 주나 머물 수 있는 터라서, 어제오늘 앞뒤정원 집안구석구석 가지치고 수리하고 무척이나 바빴는데, 이 언밸런스 뽕나무는 어찌하여야 좋을지... 아무래도 큰 전기톱 하나 구해서 잘라 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위험하지 않느냐고? 천만에. 나야 어릴 때부터 토끼장 만들고 원두막 만들고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았겠어? 그 뽕나무, 많이는 자랐어도 등치고목은 아니니까, 아예 뿌리까지 잘라내고 그곳에 운치나게 석류나무 하날 심어 놓을 거야. 50센치짜리 조그만 걸 심어놔도, 몇 년후면 다 자라서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줄 거야. 그 크리스탈의 석류열매는 어떻고... 기대해봐. 그땐 그 석류의 아름다움을 구구절절 이야기 해줄 테니까. 그 크리스탈 열매를 실컷 맛보게 해줄 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