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문학관 2001년 `올해의 시` 선정작

by 최현근(16회)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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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절기 -



- 현종규 -

몇 개의 계절이

언제 흘러 내렸던지

움킨 손바닥이 허전했다


세월 빠진 자리에

처음엔 그리움이다가

저 홀로 익어

사랑이 된 그가 남았다


먼 길 돌아드는

나그네처럼

해는 또 서산으로 기울고

긴 그림자의 그는

서서 밤을 맞으려는가 보다


몇 개의 별이

그의 눈빛에 빨려들고

파문이 일었다


옷깃 여미고

시린 몸뚱이 감싸 안아도

세월 너머 네가 너무 멀어

추웠다


한 번도 못 만나면서

몇 개의 계절은

모래시계 속에서 뒤척이다가

먼지도 없는 한숨이고


그는 건너편에 서성이고

나는 달빛으로 잘디잘게 허물어졌다






d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