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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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골을 오르며, - 이심원





전깃줄이 넝쿨처럼 산과 마을의 경계를 긋고 지나간 어느 여중학교의 뒷자락, 예전에는 고운 알몸을 드러내며 개울개울 부끄럽게 시냇물이 흘렀다던데, 지금은 튼튼하게 몸 바꾼 하수구를 타고 까맣게 동복 입은 산동네, 농축된 이야기들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등교 중이네. 낮은 구릉을 타고 몸 낮춘 물줄기가 한숨을 내쉬네. 결핵 환자처럼 콜록거리는 물길 거슬러 셔틀버스가 엉거주춤 정차하네. 덜커-덩 문이 열리자 하차하는 단풍나무들, 승차하는 창백한 얼굴들과 만나는 지점에 반-짝 스파크가 이네. 깜짝 놀라 하늘을 날아 오르던 새 떼, 산중턱 산동네에 기거하는 빈 집 찌그러진 양철지붕 위로 공간이동을 하네. 산마루에서는 단풍보다 먼저 오른 붉은 해, 집 떠난 아들 기다리는 할머니처럼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섰네. 구름이 산동네를 비껴가네. 아침보다 일찍 일어나, 공장으로, 배달소로 떠난 가족들 서둘러 내려갔을 이 길 따라 울퉁불퉁 주인 얼굴 꼭 닮은 집들이 나무보다 더 두껍고 단단한 껍질 두르네. 물망골 사람들 어깨 같은 산을 오르다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나, 중간에 되돌아서네. 계곡에서는 생활 하수, 물망골 눈물 같이 흐르고, 진짜사람들이 가짜사람처럼 사는 산 중턱에서 또 다시 셔틀버스가 정차하네. 하차하는 앙상한 나무들, 승차하는 사람과 몸 포개는 접점, 길-게 물망골 마른 몸 그림자 치네.



*물망골 -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소재한 산(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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