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삿날에
한원상
지붕위 전깃줄에 걸려
그믐달
꼼싹 달싹 못하던 밤
아버지는
달에게로 갔습니다
아버지가 가시던 날 처럼
오늘
그믐달이 떴습니다
누이가
學生! 하고 부르자
아버지는
學生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집으로 내려 오셨습니다
누이는 학교를 나 때문에 그만 두었어야 했었습니다
누이는
보라색 들국화를 아버지께 드리고
쑥쓰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향불은
아버지 손바닥
갈라진 틈 바셀린에
섞여 하얗게 타 내리고
서서 술을 따르는 누이도
잔을 올리던 나도
매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늘 허기진 배 가이없어
흰 쌀로
메를 올렸건만
간신히 세 숟가락
물 말아 드시더니
아들 딸을
한번 씩 쳐다보고는
돌아가겠노라 합니다
맘 급해져
약주 한잔 더 올리니
아버지의 볼 보다 누이의 눈이 더
발개졌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촛불이
몸을 들썩이며 흐느끼다
굵은 눈물 몇 방울 떨구고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갔습니다
대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보니
여전히
달 끝(月尖)은 전기줄에 걸려 있었습니다
주 : 위 시는 스토리문학관(www.storye.com)에서 `2001년 11월의 시`로 선정된 것임.
한원상
지붕위 전깃줄에 걸려
그믐달
꼼싹 달싹 못하던 밤
아버지는
달에게로 갔습니다
아버지가 가시던 날 처럼
오늘
그믐달이 떴습니다
누이가
學生! 하고 부르자
아버지는
學生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집으로 내려 오셨습니다
누이는 학교를 나 때문에 그만 두었어야 했었습니다
누이는
보라색 들국화를 아버지께 드리고
쑥쓰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향불은
아버지 손바닥
갈라진 틈 바셀린에
섞여 하얗게 타 내리고
서서 술을 따르는 누이도
잔을 올리던 나도
매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늘 허기진 배 가이없어
흰 쌀로
메를 올렸건만
간신히 세 숟가락
물 말아 드시더니
아들 딸을
한번 씩 쳐다보고는
돌아가겠노라 합니다
맘 급해져
약주 한잔 더 올리니
아버지의 볼 보다 누이의 눈이 더
발개졌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촛불이
몸을 들썩이며 흐느끼다
굵은 눈물 몇 방울 떨구고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갔습니다
대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보니
여전히
달 끝(月尖)은 전기줄에 걸려 있었습니다
주 : 위 시는 스토리문학관(www.storye.com)에서 `2001년 11월의 시`로 선정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