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만경강과 동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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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과 동진강

금강을 건너 동군산 나들목을 빠져나왔다. 바로 26번 국도 전군가도로 연결된다. 이 도로는 일제가 쌀 수탈을 위해 닦은 최초의 신작로라 한다. 군산방향으로 좀 가다가 좌회전하여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또다시 강이 나타난다. 만경강이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김제시 만경읍이다. 금만경평야의 중심 만경읍은 쌀의 집산지로서 미곡상들의 메카였으나 지금은 쇠락할 대로 쇠락하여 옛날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예부터 이 땅을 ‘징게맹게 외배미들’ 이라 불렀다.징게는 김제,맹게는 만경, 외배미는 이 배미 저 배미 할 것 없이 모두 한배미로 툭 트였다는 뜻이다. 광활면에서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광활한 대지 너머 지평선이 보일 뿐이다. 이곳 만경에서 강 상류 쪽에 있었던 익산 황등제는 김제의 벽골제, 고부의 눌제와 함께 고대로부터 이 지역의 3대 저수지였다. 여기서 `호남(湖南)`, `삼남(三南)`이란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만경대교를 건너자마자 차를 세우고 곤하게 자고 있는 친구를 깨웠다.
`야! 여그가 만경강이다. 좀 쉬었다 가자.`
구 만경대교 위에는 망둥이를 잡는 낚시꾼들로 붐빈다. 이제 슬슬 물이 들 시간이다. 망둥이 낚시는 들물 때 해야 한다. 썰물 때 햇볕에 노출된 갯벌은 영양분을 재충전해놓아 망둥이 같은 저서생물이 살판났다고 몰려드는 때가 들물 때인 것이다.

만경강은 완주군 동상면에서 발원하여 전주시, 군산시, 익산시, 김제시, 완주군 등지에서 고산천, 소양천, 전주천, 익산천, 탑천의 지천을 거느린 유역 면적 1418.2㎢ 의 전북에서 가장 큰 강이다. 200만 전북 도민 가운데 100만 넘는 1,008,000명이 만경강 유역에서 살고 있다. 이 강은 온갖 생활 하수와 축산폐수를 몰고 와서 드넓은 새만금갯벌에 부려놓는다.
새만금갯에는 백합 바지락 동죽 가무락조개 떡조개 개량조개 농게 칠게 갈게 길게 칠게 콩게 등등등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이들이 저 탁한 물을 정화한다. 바지락 1개가 하루 정화시키는 물의 양이 18리터라고 한다. 새만금 갯벌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있는가. 도요새 1마리가 하루에 1700마리의 칠게나 갯지렁이 등 먹이를 먹는다고 한다. 갯벌 생태계에서 최상위자인 이러한 철새가 새만금 갯벌에 연 100만 마리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들에게 먹이를 대려면 갯벌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들의 개체수가 존재해야 하는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이홍동 박사는 `새만금 지역 갯벌 6천만평은 하루 10만톤 처리 규모의 전주하수종말처리장 40개와 맞먹는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어이 친구! 저 똘물을 정화시켜 새만금호의 물을 4급수 이상으로 유지시켜 농업용수로 쓴다니 가능하겠냐? 그리고 기가 막힌 코메디가 있어야. 한번 들어볼래? 작년 10월에 전주 무슨 위성방송국에서 새만금토론회를 한다고 해서 갔는디, 군산대 양아무개 교수가 찬성측 토론자로 나왔는디, 그 자가 그러더만. 저 만경강 물로 시험삼아 농사를 지었는디, 농사가 그렇게 잘 되어각고 동료 교수들이랑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는 거여. 그런게 그 자의 논리는 저 물을 논에다가 대면 그냥 비료가 된다는 것이여. 같은 찬성측으로 나온 부안군 최아무개 부군수가 맞장구를 치더만. 바로 집앞의 텃논은 집에서 개숫물도 흘러들고 해가지고 유기질이 많응게 그런 논이 예로부터 문자 그대로 문전옥답이라는 거여. 그런디 그 교수가 지난 봄에 엠비시 100분 토론에서 나와각고 또 그 소리를 하는 거여. 그렁게 바라잉? 인자 우리나라는 비료 걱정이 없는 나라 아니겄냐? 저 물 퍼다서 쓰면 되는 거 아니냐? 액비가 바로 저거 아니겄냐? 그렁게 인자 똥이나 오줌 마려우면 우리 국민덜 꾸욱 참었다가 강에 가서 싸야 헌당게`

시화호에서 보듯 저 갯벌의 모든 생명체를 완전 몰살시키는 행위가 새만금 간척사업이다. 흔히 환경보존론자들이 갯벌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해내고 하지만 그마저 인간 중심의 오만한 발상 아닌가. 자연은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훼손한 대가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 후손에게 꽂힐 것이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익산시 왕궁면 근처를 지나다 보면 가축분뇨냄새가 솔솔 난다. 그곳에 대단위 축산단지가 있다. 정화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여름 장마철의 수량까지 정화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설혹 수십 조 원을 들여 하수관거시설을 하고 폐수를 이를 통해 외해로 빼내 1급수를 간척사업으로 생겨날 호수인 새만금호로 유입시킨다 하더라도 그간 갯벌에 퇴적된 유기물에 의해 호수는 썩고 만다는 것이 학자들의 결론이었다.
드러난 뻘 위에 어선들이 갸우뚱 기운 채 늘어서 있다. 저들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30여분 다시 차를 달려 동진강에 닿았다. 동진강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이 자리에는 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거대한 간판이 4~5년 동안 서 있었다. 새만금지구 개발을 압축하여 나타낸 조감도였다. 그림에는 절반은 공업단지였고 절반은 논이다. 그 옆으로 감동적인 언설로 시 한편을 적어놓았는데 바로 이것이다.

여기 도도히 흐르는 금강과
만경강, 동진강이 호남벌을 적시고
서해에서 만나는 자리
새만금벌이 이제 그 웅대한 터전을 잡고 나섰다

눈을 들어봐도 끝간 데 없는 갯벌
점점이 이어지는 섬떼들이 아름다운 곳
푸른 파도를 교향곡으로 엮은 서녘 바다
천혜의 복받은 새만금 땅이 아닌가

지구 위에 가장 긴 뚝을 쌓고
복지이상향을 세우며
임해산업기지를 만들고
대륙으로 뻗은 국제항의 고동이 들리는 곳
거기 또 관광 휴양지가 들어서
우리를 포근히 감싸주리라

그러나 이것은 완전 사기이다. 처음부터 사업주체인 농림부에서는 공업단지를 만들 계획이 없었다. 이 지역 정치인들이 득표전략을 위해 도민들을 속인 것이다. 부산수산대학 출신의 어느 선배에게서 들은 말이다. 우리 한반도의 서해안은 공장을 지어도 공해를 배출하지 않는 공장을 지어야 바다를 살릴 수 있다고. 그래서 할 수없이 중화학 공업등 기간 산업이 동남해안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여 호남 차별론을 내세워 공장만 지으면 개발이 되니까 잘살게 된다는 미망을 주민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부안의 동쪽에 있는 나루터 동진. 이 곳을 통해 부안사람들은 외지로 나가고 고향을 찾아 부안에 올 때에도 이곳을 지나야 한다. 전북의 많은 도민들이 휴가철에 국립공원 변산반도를 찾을 때에도 이곳을 지나친다. 이 입간판 하나가 전북도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었으리. 도민들 70%는 아직도 새만금사업은 공장 짓는 사업인 것으로 알고서 반대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둑을 넘어 강가로 내려가 보았다. 염생식물인 칠면초의 군락이 펼쳐진다. 그 위로 실뱀장어 어선이 올라와 앉아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새끼뱀장어(실뱀장어)는 바다에서 거슬러 오고, 가을에는 강에서 성장한 뱀장어가 번식을 위해 먼 바다로 돌아간다. 뱀장어 알과 새끼는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오랫동안 뱀장어의 번식은 수수께끼였다. 이 수수께끼는 20세기 초에서야 비로소 풀리게 되었다. 1922년 덴마크의 어류학자 요하네스 슈미트박사가 이동하는 뱀장어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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