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불 피우는 저녁
싱크대 한쪽 깊숙히 손을 집어넣어
말린 쑥을 넣어둔 비닐봉지를 꺼낸다
시집간 딸 여름내내 모기물리지 말라고
딸네집 나들이 와서도 새벽잠 설치던
친정어미는 기어이 치마폭 가득
쑥을 뜯어 담아왔다 그녀의 깡마른
발목엔 아직도 새벽이슬이 송글송글했다
생각 게으른 딸을 대신해
베란다 한귀퉁이 바람 잘 드는 곳에
널따랗게 신문을 펴고 뜯어온 쑥을
얇게 펴 널면서도 딸에게 당부의 말
잊지 않고 새긴다
이거 바짝 잘 마르면 절구에 넣어 찧어라
그냥 쓰면 불이 잘 안 붙니라
너무 매매 찧을라꼬는 안 해도 된다
찧어서 못 쓰는 그릇에 담아 불을 피아
그래가 베란다에도 두고 욕실에도 두고
거실 한쪽에도 두고 그라만 여름 내내
모기 파리 걱정 안 해도 될 끼다
몸뚱이 게으른 딸
모기 파리에 시달리다 그제서야
친정어미의 말을 떠올리곤 화다닥 절구질 한다
뭉실히 피어오르는 향에 코를 적셔가며
쿵덕쿵 쿵덕쿵 절구질을 한다
앙칼지게 용을 쓰던 말린 쑥 몸뚱이가
절구공이에 무참히 쓰러져 갈 때
딸이 본 것은 친정어미의 마른 손
주름 가득한 이마
쑥향이 번지는 거실에 앉아
무심한 눈을 하고 천장을 올려다 보는
마음 게으른 딸
그녀의 눈가에 불빛 내려앉다 달아난다
앗따, 고놈의 연기 한번 대단타
주 : 위 시는 박순정 작으로 스토리문학관(www.storye.com)에서 `2001년 10월 시`로 선정된 것임.
싱크대 한쪽 깊숙히 손을 집어넣어
말린 쑥을 넣어둔 비닐봉지를 꺼낸다
시집간 딸 여름내내 모기물리지 말라고
딸네집 나들이 와서도 새벽잠 설치던
친정어미는 기어이 치마폭 가득
쑥을 뜯어 담아왔다 그녀의 깡마른
발목엔 아직도 새벽이슬이 송글송글했다
생각 게으른 딸을 대신해
베란다 한귀퉁이 바람 잘 드는 곳에
널따랗게 신문을 펴고 뜯어온 쑥을
얇게 펴 널면서도 딸에게 당부의 말
잊지 않고 새긴다
이거 바짝 잘 마르면 절구에 넣어 찧어라
그냥 쓰면 불이 잘 안 붙니라
너무 매매 찧을라꼬는 안 해도 된다
찧어서 못 쓰는 그릇에 담아 불을 피아
그래가 베란다에도 두고 욕실에도 두고
거실 한쪽에도 두고 그라만 여름 내내
모기 파리 걱정 안 해도 될 끼다
몸뚱이 게으른 딸
모기 파리에 시달리다 그제서야
친정어미의 말을 떠올리곤 화다닥 절구질 한다
뭉실히 피어오르는 향에 코를 적셔가며
쿵덕쿵 쿵덕쿵 절구질을 한다
앙칼지게 용을 쓰던 말린 쑥 몸뚱이가
절구공이에 무참히 쓰러져 갈 때
딸이 본 것은 친정어미의 마른 손
주름 가득한 이마
쑥향이 번지는 거실에 앉아
무심한 눈을 하고 천장을 올려다 보는
마음 게으른 딸
그녀의 눈가에 불빛 내려앉다 달아난다
앗따, 고놈의 연기 한번 대단타
주 : 위 시는 박순정 작으로 스토리문학관(www.storye.com)에서 `2001년 10월 시`로 선정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