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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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모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문열씨는 현대문학 10월호에 실린
단편소설 <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 >에서

7월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곡학아세 논쟁>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소설로 발표했다한다

우리도 한번 단편소설 하나를 지어보자!

20 여년 동안 한결같이 우의를 다져온
XO 라는 남녀공학 고교 동창생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의 리더인 영희는 독신주의자이다
영희는 자신의 미래, 일, 건강, 여행등
에 대해 끊임없이 판을 짜고
계산된 삶을 살고 있다

여기에 견고한 분할선이 있다
그의 삶은 비록 독신이지만
잘 결정되고 판이 잘 짜여졌다
이 삶은 미래가 있을 뿐 생성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모임에
말 잘하고 남자다운 동창생 철수가 가입한다
영희는 철수와의 불꽃튀는 갈등과 위험에
휩싸인다

영희는 이제 잘 결정된 절편들로 이루어진
견고한 선 대신에 유연한 흐름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모임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다른 자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바로 그 누군가가 다른 자아였다

그녀가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타인이었다
여기에는 앞 선과는 다른 유연한 분할선이 있다

이 두 선들이 끊임없이 간섭하고 서로 반응하고
유연한 흐름이 됐건 견고한 점이 됐던 간에
한 선을 다른 선에 도입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윽고 영희는 그녀의 유연한 절편성과 또는
흐름의 선 안에서 그녀가 그 너머로 갈 수 없음을
알게된다

영희와 철수사이의 분자적 관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비밀의 형식
속에 용해된다

왜냐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견고한 절편성 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영희는 계속 독신이 될 것이고
철수는 부인과 행복하게 다시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했다
영희는 새로운 선이 세 번째 선 일종인
도주선과 같은 것에 도달했다

비록 이 선은 즉석에서 만들어 진 것 일 지라도
다른 선들과 똑같이 실재적이다

그녀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그림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섬광만이 존재했다

단편소설 속의 삶에는 적어도 3가지의 선이 있다

견고하게 잘 구분된 분할선 즉 첫번째 선 위에서는
많은 발화와 대화, 물음과 답변, 끝없는 설명들 ,수정들이다

두 번째 선은 해석을 요청하는 침묵들,암시들
,함축들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세 번째 선이 섬광을 발한다면
그리고 도주선이 달리는 기차와 같다면
그것은 우리가 거기서 선형적으로 도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선은 끊임없이 서로 뒤섞인다

여기서 새삼
단편소설이란 무엇인가?

우선 시간의 <존재>에 대해 물어보자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현재는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으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라는 이유로

우리는 시간의 <존재>가
아포리아(길없음)에 빠진다는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의식이 지각하고 있는 시간을 현재로 놓고
현재 안에서의 기억작용을 과거와 동일시하고
현재 안에서의 기대작용을 미래와 동일시함으로써
해결 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에서)

영어의 현재 (presence)는 <영혼>앞에 있음을 의미한다
영어의 현재완료표현은 우리말에는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개의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세 개의 시간은
과거의 것에 관한 현재(기억)
현재의 것에 관한 현재(실존)
미래의 것에 관한 현재(기대)

따라서 시간의 차원들을 너무
내세우지 말도록 하자

단편소설이란
짧은 분량 속에 단일한 주제를 간결,농축의 수법으로
표현한 소설(작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단편소설이 존재하는 것은
모든 것이 <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 라는 물음의
주위에서 조직될 때이다

단편소설에서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않으며 어떤 일이 이미 일어났기를 기대한다

단편소설은 마지막 이야기이다
단편소설은 과거의 기억이나 반성행위와는
별 관계가 없다
반대로 그것은 근본적인 망각 위에서 작동한다
단편소설은 일어난 것의 요소 안에서 전개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를 인식할 수 없는
것 또는 지각할 수 없는 것과
관련시키기 때문이다

단편소설들은 끝까지 파악되지 않은 채로 있는
비밀의 형식과 관련이 되어 있다

단편소설은 과거와 연관짓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편소설은 현재 자체 안에서
일어난 어떤 일의 형식적 차원과 결부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그 일어난 어떤 일이 아무 것도
아니거나 인식될 수 없는 채로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단편소설은 주름들이나 감쌈들로 존재하는
몸과 정신의 자세들을 등장시킨다
몸의 자세 다시 말해 어떤 일이 일어나서
몸이 놀랄 때의 상태들을 선호한다

몸의 자세들에는 일종의 악마성이 있으며
이 자세들의 성, 포르노그라피, 분뇨담이 있다
자세는 역전된 서스펜스와 같다

단편소설의 특수성이 있다
우리는 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단지 글자의 선들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글자의 선들은 삶의 선들, 행운과 불운의 선들
글자의 선이 변주된 선들, 씌어진 선들 사이에 있는
선들 따위의 다른 선들과 결합되어있다
단편소설이 살이 있는 선들, 살의 선들의
견지에서 정의된다

단편소설은 뉘앙스에까지 이르는 순수한
선들일 따름이며 또한 말의 순수하고
의식적인 힘일 따름이다

모든 것은 선들 위에서 선들 사이에서 선들을
지각할 수 없게 만드는 <그리고>안에서
한 선과 다른 선 안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분리접속도 접합접속도 아니고
오히려 새롭게 수용되기 위해 끊임없이
그려지는 도주선이다

이것은 포기나 단념과는 반대된다
이것은 새로운 행복 아닐까?

도주선은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닐까?
화가는 사진에서 출발해서 거의 추상적이며
형태가 없는 선들을 뽑아 낼 수 있는 절차를
발명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것은 다양한 선들의 묶음이다
학교에서 달려오는 아이들의 도주선은
경찰에 의해서 추격 당하는 시위대의 도주선과 같지 않다
탈옥수의 도주선과도 같지 않다

서로 다른 동물들의 도주선
각각의 종, 각각의 개체는 자기 자신의 도주선을 갖고 있다

그 선들은 우리의 지도를 구성하듯이 우리를 구성한다
그 선들은 변형되며 서로 옮겨갈 수도 있다
그 선들은 언어와 상관없다

언어야말로 그 선들을 따라가야 하며
글쓰기야말로 그 고유한 선들 사이에서
자양분을 얻어야 한다

도주선은 세상에서 도망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에 구멍을 내듯이 세상을
달아나게 만드는데 있다

도주선에는 어떤 상상적 인 것도
그 어떤 상징적이 것도 없다
동물에게는 인간에게는 도주선보다
능동적인 것은 없다

집단이나 개인은 도주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창조하며

무기를 탈취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살아 있는 무기다
도주선은 현실이다

도주선은 추상적이고 죽어있고 살아있는
비 절편적인 선이다

시간의 도주선을 따라 실천하게 될때
비로소 단편소설의 기쁨의 선을 만날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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