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스토리문학관`에서 2001년 7월, `이 달의 수필`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옛 생각이 일깨워지는 좋은 작품입니다. - 옮긴이
6월 시장의 풍경은 풍성함 그 자체이다.
가을이 추수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신록이 가득한 싱그러움의 계절이다.
요즘은 대형 슈퍼마켓, 마트, 백화점에서 모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함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5일장이 기다려짐은 잊혀져 가는 우리 것에의 미련 때문일까, 아님 향수에 젖은 옛 시절이 그리워서일까?
나의 유년 시절 5일장은 설렘과 흥분이었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머니께서는 아침부터 바쁘셨다. 거울 앞에 앉아 고운 화장을 하실 때면 나는 너무 좋아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금이 저렸다. 예쁜 엄마와 함께 장에 갈 수 있다는 즐거움과 많은 것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마냥 부풀곤 했었다.
학교 앞 국화모양의 풀빵이라고 했던 국화빵이 왜 그렇게 맛있던지, 지금은 잉어빵이다 붕어빵이다고 이름지어진 그 당시의 풀빵, 가끔씩 추억이 그리워 사 먹어 보지만 예전의 그 맛이 나지 않음은 추억속의 그 맛이 너무 진했던 탓일까.
오늘도 5일장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편리함도 있지만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한번씩 둘러보는 재미도 심심찮기에 매 번 한 바퀴씩 습관처럼 돌곤 한다.
요즘은 마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마늘이 양쪽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이 굵다란 알갱이의 마늘만큼이나 건강해 보인다.
잠시 발길을 멈추어 마늘 시세를 알아보니 `가뭄에 고생한 수고에 비하면 마늘 값은 값도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에서 농부의 고충을 잠시 느껴본다.
옹기종기 모여 아침부터 수박을 쪼개어 먹으며 손님을 기다리는 얼굴들, `마늘 값이 헐어서 재미가 없다.` 는 할머니의 말씀, `구 남매의 자식들에게 한 접씩만 보내주어도 팔고 말고 할 것도 없는데 그나마 용돈에 보태 쓸려고 갖고 나왔다.` 는 할머니, 잔 마늘 몇 접을 앞에 놓고 하염없이 앉아 계시는 할머니의 마늘이 `빨리 팔려야 할텐데` 라는 걱정이 든다. `할머니 많이 파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과일 향이 시장 가득 번지는 듯 하다. 수박, 참외, 자두, 매실, 복숭아, 토마토, 바나나, 보기만 해도 먹음직해 보이는 과일들, 맛보라고 붙드는 인심 좋은 아줌마의 한마디가 정겹다.
5일장에는 시골에서 농사 지어 조금씩 갖고 나온 할머니들의 전이 따로 있다. 나는 장에 올 때면 어김없이 그 곳에 들려보곤 한다. 할머니들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그 곳이 참 좋다. 장사꾼들이야 아무데서나 만날 수 있지만 5일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할머니들의 무공해 식품에 정이 간다.
아주 조금씩 무더기 지어 놓은 물건들이 정겨움은 그네들에게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인정이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음에 더 한 것 같다.
아욱, 고춧잎, 참비름, 머위줄기, 익모초, 딸기 말린 것(복분자), 호박잎, 호박 씨, 6월 양대(콩), 장사꾼들의 가게에서 보지 못했던 야채와 물건들이 무척 낯설면서도 정이 가는 것들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호박잎을 조금 사고 밥에 넣어 먹으면 구수하다는 6월 콩(양대)을 샀다. 호박잎을 찜 기에 푹 쪄서 갖은 야채를 넣은 되직한 된장을 끓여 고추장을 함께 곁들여 쌈을 싸 먹는 것을 즐기는 남편의 식성을 아이들도 닮아 우리 집에서는 호박잎 찜이 인기다.
호박씨는 어디에 좋으냐고 했더니, 맥주 안주로는 그저 그만이라는 할머니의 말씀이다. 집에 있기에 버리기도 뭣해서 까서 가지고 왔다고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알뜰함이 엿보인다.
익모초는 입맛 없을 때 즙을 내어먹으면 그저 그만 이란다.
복분자는 차로 끓여먹으면 이뇨 작용, 강장제역할을 한다고 말씀하신다.
할머니의 거침없는 말솜씨에 잠시 시간을 잊고 있노라니, 이쁜 새댁이라 특별이라며 콩을 한 줌 덤으로 더 주신다. `할머닌 장사도 잘 하시네요. 호호호.` 기분 좋은 웃음을 뒤로하고 발길을 옮긴다.
비닐봉지에 담긴 조그만 도시락, 물건을 팔 때마다 돈을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든다.
한참을 치솟던 배추 값도 이번 비로 많이 주춤해진 듯 하다.
풋고추, 감자, 오이, 상추, 무, 양파, 가지, 파, 야채와 과일이 풍년이다.
모기향을 피워놓고 파리를 쫓고 있는 생선가게에 들러 오징어볶음이 먹고 싶다고 며칠 전부터 얘기하던 작은 녀석이 생각나서 오징어, 조기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참기름 냄새와 볶은 콩고물 냄새다.
감자송편과 쑥떡을 파는 아줌마가 하나 맛을 보란다.
윤기 나는 투명한 감자송편을 집에서 직접 만드셨다며 하나를 건네주시는 손길을 뿌리치지 못해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쫄깃한 감자가루와 속에든 6월 콩 맛이 어릴 때 먹어보았던 감자떡 그 맛이었다. 대참에 몇 개를 먹어 치우고 남편과 아이들 생각에 몇 개를 샀다. 봉지가 많으면 손가락이 아프다고 큰 봉지에 물건을 담으라고 건네는 떡 장수 아줌마의 세심한 배려가 고맙다.
쑥떡을 보니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문득 난다.
쑥떡을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시장에 갈 때면 자주 사다 드리곤 했었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어머님의 생각이 쑥떡으로 인하여 오늘도......
부부가 함께 시장을 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진다.
문득 보노라니 낯익은 이웃 부부가 시장을 함께 와서 인사를 건넨다.
잠시 후, 부인은 잠자코 있는데 야채 값이 비싸다고 투덜대는 남편의 모습이 무척 낯설고 별스럽게 느껴진다.
먹자골목 또한 재미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순대, 황기와 대추를 넣고 푹 끓인 잘 삶긴 토종닭, 갖은 야채를 넣어서 만든 보리밥에 된장 찌개,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어 끓인 칼국수, 모두들 빠져서는 안될 5일장의 모습들이다.
`화장지 사세요.`
`수세미 사세요.` 외치며 옆구리에 손에 물건을 잔뜩 들고 다니는 아저씨.
부지런히 야채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는 아줌마.
도라지 껍질을 벗기는 할머니. 마늘을 까는 할머니.
창이 있는 모자를 쓰고 열심히 다니는 이동 커피 아줌마. 모기향을 피워놓고 파리를 쫓는 아줌마. 열심히 봉지에 물건을 담아주는 건과 아줌마.
붉은 고추를 열심히 믹서기에 갈고 있는 아줌마. 총각무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 쪽파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
삐용, 삐용 자전거 클랙슨 소리, `영감님 길 좀 비켜줘요.`라는 환경미화원 아저씨.
`핫, 지랄.`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의 한 마디. 유머 차에 아기를 태워 잔뜩 물건을 실은 새댁의 모습.
모두들 생기 있고 활기찬 모습들이다.
살아서 숨쉬고 움직이는 사람냄새가 나는 이곳이 나는 좋다.
`수박 사세요. 수박이 왔어요. 달다란(달콤한) 수박, 껍질 얇은 설탕수박 무조건 2000원.`
트럭에서 들려오는 수박장수 아저씨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지은이 : 이연희)
6월 시장의 풍경은 풍성함 그 자체이다.
가을이 추수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신록이 가득한 싱그러움의 계절이다.
요즘은 대형 슈퍼마켓, 마트, 백화점에서 모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함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5일장이 기다려짐은 잊혀져 가는 우리 것에의 미련 때문일까, 아님 향수에 젖은 옛 시절이 그리워서일까?
나의 유년 시절 5일장은 설렘과 흥분이었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머니께서는 아침부터 바쁘셨다. 거울 앞에 앉아 고운 화장을 하실 때면 나는 너무 좋아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금이 저렸다. 예쁜 엄마와 함께 장에 갈 수 있다는 즐거움과 많은 것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마냥 부풀곤 했었다.
학교 앞 국화모양의 풀빵이라고 했던 국화빵이 왜 그렇게 맛있던지, 지금은 잉어빵이다 붕어빵이다고 이름지어진 그 당시의 풀빵, 가끔씩 추억이 그리워 사 먹어 보지만 예전의 그 맛이 나지 않음은 추억속의 그 맛이 너무 진했던 탓일까.
오늘도 5일장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편리함도 있지만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한번씩 둘러보는 재미도 심심찮기에 매 번 한 바퀴씩 습관처럼 돌곤 한다.
요즘은 마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마늘이 양쪽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이 굵다란 알갱이의 마늘만큼이나 건강해 보인다.
잠시 발길을 멈추어 마늘 시세를 알아보니 `가뭄에 고생한 수고에 비하면 마늘 값은 값도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에서 농부의 고충을 잠시 느껴본다.
옹기종기 모여 아침부터 수박을 쪼개어 먹으며 손님을 기다리는 얼굴들, `마늘 값이 헐어서 재미가 없다.` 는 할머니의 말씀, `구 남매의 자식들에게 한 접씩만 보내주어도 팔고 말고 할 것도 없는데 그나마 용돈에 보태 쓸려고 갖고 나왔다.` 는 할머니, 잔 마늘 몇 접을 앞에 놓고 하염없이 앉아 계시는 할머니의 마늘이 `빨리 팔려야 할텐데` 라는 걱정이 든다. `할머니 많이 파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과일 향이 시장 가득 번지는 듯 하다. 수박, 참외, 자두, 매실, 복숭아, 토마토, 바나나, 보기만 해도 먹음직해 보이는 과일들, 맛보라고 붙드는 인심 좋은 아줌마의 한마디가 정겹다.
5일장에는 시골에서 농사 지어 조금씩 갖고 나온 할머니들의 전이 따로 있다. 나는 장에 올 때면 어김없이 그 곳에 들려보곤 한다. 할머니들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그 곳이 참 좋다. 장사꾼들이야 아무데서나 만날 수 있지만 5일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할머니들의 무공해 식품에 정이 간다.
아주 조금씩 무더기 지어 놓은 물건들이 정겨움은 그네들에게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인정이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음에 더 한 것 같다.
아욱, 고춧잎, 참비름, 머위줄기, 익모초, 딸기 말린 것(복분자), 호박잎, 호박 씨, 6월 양대(콩), 장사꾼들의 가게에서 보지 못했던 야채와 물건들이 무척 낯설면서도 정이 가는 것들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호박잎을 조금 사고 밥에 넣어 먹으면 구수하다는 6월 콩(양대)을 샀다. 호박잎을 찜 기에 푹 쪄서 갖은 야채를 넣은 되직한 된장을 끓여 고추장을 함께 곁들여 쌈을 싸 먹는 것을 즐기는 남편의 식성을 아이들도 닮아 우리 집에서는 호박잎 찜이 인기다.
호박씨는 어디에 좋으냐고 했더니, 맥주 안주로는 그저 그만이라는 할머니의 말씀이다. 집에 있기에 버리기도 뭣해서 까서 가지고 왔다고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알뜰함이 엿보인다.
익모초는 입맛 없을 때 즙을 내어먹으면 그저 그만 이란다.
복분자는 차로 끓여먹으면 이뇨 작용, 강장제역할을 한다고 말씀하신다.
할머니의 거침없는 말솜씨에 잠시 시간을 잊고 있노라니, 이쁜 새댁이라 특별이라며 콩을 한 줌 덤으로 더 주신다. `할머닌 장사도 잘 하시네요. 호호호.` 기분 좋은 웃음을 뒤로하고 발길을 옮긴다.
비닐봉지에 담긴 조그만 도시락, 물건을 팔 때마다 돈을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조금은 씁쓸한 느낌이 든다.
한참을 치솟던 배추 값도 이번 비로 많이 주춤해진 듯 하다.
풋고추, 감자, 오이, 상추, 무, 양파, 가지, 파, 야채와 과일이 풍년이다.
모기향을 피워놓고 파리를 쫓고 있는 생선가게에 들러 오징어볶음이 먹고 싶다고 며칠 전부터 얘기하던 작은 녀석이 생각나서 오징어, 조기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참기름 냄새와 볶은 콩고물 냄새다.
감자송편과 쑥떡을 파는 아줌마가 하나 맛을 보란다.
윤기 나는 투명한 감자송편을 집에서 직접 만드셨다며 하나를 건네주시는 손길을 뿌리치지 못해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쫄깃한 감자가루와 속에든 6월 콩 맛이 어릴 때 먹어보았던 감자떡 그 맛이었다. 대참에 몇 개를 먹어 치우고 남편과 아이들 생각에 몇 개를 샀다. 봉지가 많으면 손가락이 아프다고 큰 봉지에 물건을 담으라고 건네는 떡 장수 아줌마의 세심한 배려가 고맙다.
쑥떡을 보니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문득 난다.
쑥떡을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시장에 갈 때면 자주 사다 드리곤 했었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어머님의 생각이 쑥떡으로 인하여 오늘도......
부부가 함께 시장을 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진다.
문득 보노라니 낯익은 이웃 부부가 시장을 함께 와서 인사를 건넨다.
잠시 후, 부인은 잠자코 있는데 야채 값이 비싸다고 투덜대는 남편의 모습이 무척 낯설고 별스럽게 느껴진다.
먹자골목 또한 재미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순대, 황기와 대추를 넣고 푹 끓인 잘 삶긴 토종닭, 갖은 야채를 넣어서 만든 보리밥에 된장 찌개,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어 끓인 칼국수, 모두들 빠져서는 안될 5일장의 모습들이다.
`화장지 사세요.`
`수세미 사세요.` 외치며 옆구리에 손에 물건을 잔뜩 들고 다니는 아저씨.
부지런히 야채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는 아줌마.
도라지 껍질을 벗기는 할머니. 마늘을 까는 할머니.
창이 있는 모자를 쓰고 열심히 다니는 이동 커피 아줌마. 모기향을 피워놓고 파리를 쫓는 아줌마. 열심히 봉지에 물건을 담아주는 건과 아줌마.
붉은 고추를 열심히 믹서기에 갈고 있는 아줌마. 총각무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 쪽파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
삐용, 삐용 자전거 클랙슨 소리, `영감님 길 좀 비켜줘요.`라는 환경미화원 아저씨.
`핫, 지랄.`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의 한 마디. 유머 차에 아기를 태워 잔뜩 물건을 실은 새댁의 모습.
모두들 생기 있고 활기찬 모습들이다.
살아서 숨쉬고 움직이는 사람냄새가 나는 이곳이 나는 좋다.
`수박 사세요. 수박이 왔어요. 달다란(달콤한) 수박, 껍질 얇은 설탕수박 무조건 2000원.`
트럭에서 들려오는 수박장수 아저씨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지은이 : 이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