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대부속여중 교감)
우리 22회가 작년에 졸업 30주년 행사를 했다. 그 바람에 여러 사람이 바쁜 1년을 보냈다. 나도 어찌 하다 보니까 소식지 발간 업무를 맡아 소식지를 4번 만들어 돌려 축제 분위기를 띄우는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11월 22일 동창회 날에 안겨줄 문집을 만들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 동기가 자랑할 만할 일은 동창회날 190명이 모인 것도 아니고, 동창회 기금 1억을 모은 것도 아니고 월별로 탁구대회, 볼링대회, 자전거타기, 추억의 수학여행 등 8번의 행사를 치룬 것도 아니다. 문집은 기마다 만들어 돌리니까 그것도 아니다. 바로 30주년 기념 앨범을 만든 일이다.
성명 가나다순으로 지금 모습이 담긴 칼라 사진을 위에, 졸업 앨범에 있는 30년 전의 흑백사진을 아래에 배치한 앨범은 동기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재미있어 했다. 그것을 만드는 데 돈도 많이 들었지만 동기 몇 명이 간청에 협박까지 하느라 전화에 매달려 살아야 했다.
사실 대개는 근사한 칼라명함판 사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새로 찍고 그것을 보내고 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호응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원고 마감날까지 악착스레 걷어 모은 사진이 291명분이었다. 연락 가능한 동문이 국내외 합해 350명 정도니까 85%가 참여한 것이다. 대단한 일을 우리는 한 것이다. 협조에 게을렀던 친구들도 막상 앨범을 받아 보고는 수고한 그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한 그들의 노고가 동기회에 대한 애정이 있어 가능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하여튼 22회 화이팅한 2000년의 뒷얘기다.
그리고 2001년 들어 내가 소식지 5호를 또 만들면서 맨 뒷면에 「졸업 30주년 기념앨범을 다시 한번 보세요.」라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3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사람 BEST 3>와 <30년 동안 많이 변한 사람 BEST 3>를 뽑아 본 것이다. <변하지 않은 사람 BEST 3>를 뽑는 일은 아주 재미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그 무엇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3명을 뽑아 놓고 스스로 감탄했다. 특히 표정, 안경, 머리모양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애들은 그대로 있을까? 그들의 일관된 삶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많이 변한 사람 BEST 3>는 쉽지 않았다. 몇 가지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세월에 따라 단순하게 늙은 동문들이다. 흰머리와 주름살과 대머리가 주로 작용하는데 그 케이스는 흔했다. 둘째는 세월이 거칠고 힘들었음을 드러내며 많이 늙은 동문들이다. 그들의 사진에서는 경제적, 육체적 고생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나는 안타까웠다. 셋째는 억지를 부려 안 변하려고 노력하여 이상해 보이는 동문들이다. 지나치게 꾸미고 얼굴을 인위적으로 바꾸면 그렇게 보이는데 세월이 흐르면 거기에 맞게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어 그들의 노력이 안쓰러웠다. 넷째가 세월의 흔적을 아름다움과 여유로 바꾸어 놓은 동문들이었다. 대개 성격이 좋고 낙천적이고 나이 살이 찌지 않은 경우인데 가장 보기 좋았다. 세 명을 뽑았다. 역시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동창들 모습을 보면 무조건 반갑다. 어릴 적 모습을 아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숨길 것도 없어 마음 편하다. 그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외모보다 성품에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성품이 달라지면 표정이 바뀐다. 표정이 외모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아니 나이가 들면서 얼굴의 외양보다는 표정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좋은 표정이 살아나려면 마음이 순수하고 진실해야 한다. 진실이 결여되어 있으면 아무리 감추어도 내심이 얼굴에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 나이가 되니 예쁜 사람을 만나는 것 못지 않게 밝고 명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얼굴에 밝은 표정이 나타나고 그 밝은 표정에 반가움이 배어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창회에 자주 나타나는 사람들은 얼굴이 다 좋다. 사람을 좋아하는 품성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늙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기자들을 피하고 사람들과 떨어져 살아간 어느 여배우보다 사진 찍는 기자들에게 `내 주름살 잘 찍어 주세요. 그거 만드느라고 오래 걸렸어요.`라고 말했다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가 기아들의 어머니로 아프리카 난민을 안고 찍은 사진은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40대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링컨의 말 중의 `얼굴`은 자기의 인생에 책무를 다한 결과로 나타난 좋은 표정, 그 표정을 만든 좋은 성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동기들이 이제 40대도 아니고 50대가 되었다. 동기들 모두가 앞으로도 더 잘 살아 아름답고 여유 있는 60대, 70대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다음 소식지에서는 말해야겠다.
우리 22회가 작년에 졸업 30주년 행사를 했다. 그 바람에 여러 사람이 바쁜 1년을 보냈다. 나도 어찌 하다 보니까 소식지 발간 업무를 맡아 소식지를 4번 만들어 돌려 축제 분위기를 띄우는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11월 22일 동창회 날에 안겨줄 문집을 만들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 동기가 자랑할 만할 일은 동창회날 190명이 모인 것도 아니고, 동창회 기금 1억을 모은 것도 아니고 월별로 탁구대회, 볼링대회, 자전거타기, 추억의 수학여행 등 8번의 행사를 치룬 것도 아니다. 문집은 기마다 만들어 돌리니까 그것도 아니다. 바로 30주년 기념 앨범을 만든 일이다.
성명 가나다순으로 지금 모습이 담긴 칼라 사진을 위에, 졸업 앨범에 있는 30년 전의 흑백사진을 아래에 배치한 앨범은 동기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재미있어 했다. 그것을 만드는 데 돈도 많이 들었지만 동기 몇 명이 간청에 협박까지 하느라 전화에 매달려 살아야 했다.
사실 대개는 근사한 칼라명함판 사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새로 찍고 그것을 보내고 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호응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원고 마감날까지 악착스레 걷어 모은 사진이 291명분이었다. 연락 가능한 동문이 국내외 합해 350명 정도니까 85%가 참여한 것이다. 대단한 일을 우리는 한 것이다. 협조에 게을렀던 친구들도 막상 앨범을 받아 보고는 수고한 그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한 그들의 노고가 동기회에 대한 애정이 있어 가능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하여튼 22회 화이팅한 2000년의 뒷얘기다.
그리고 2001년 들어 내가 소식지 5호를 또 만들면서 맨 뒷면에 「졸업 30주년 기념앨범을 다시 한번 보세요.」라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3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사람 BEST 3>와 <30년 동안 많이 변한 사람 BEST 3>를 뽑아 본 것이다. <변하지 않은 사람 BEST 3>를 뽑는 일은 아주 재미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그 무엇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3명을 뽑아 놓고 스스로 감탄했다. 특히 표정, 안경, 머리모양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애들은 그대로 있을까? 그들의 일관된 삶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많이 변한 사람 BEST 3>는 쉽지 않았다. 몇 가지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세월에 따라 단순하게 늙은 동문들이다. 흰머리와 주름살과 대머리가 주로 작용하는데 그 케이스는 흔했다. 둘째는 세월이 거칠고 힘들었음을 드러내며 많이 늙은 동문들이다. 그들의 사진에서는 경제적, 육체적 고생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나는 안타까웠다. 셋째는 억지를 부려 안 변하려고 노력하여 이상해 보이는 동문들이다. 지나치게 꾸미고 얼굴을 인위적으로 바꾸면 그렇게 보이는데 세월이 흐르면 거기에 맞게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어 그들의 노력이 안쓰러웠다. 넷째가 세월의 흔적을 아름다움과 여유로 바꾸어 놓은 동문들이었다. 대개 성격이 좋고 낙천적이고 나이 살이 찌지 않은 경우인데 가장 보기 좋았다. 세 명을 뽑았다. 역시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동창들 모습을 보면 무조건 반갑다. 어릴 적 모습을 아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숨길 것도 없어 마음 편하다. 그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외모보다 성품에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성품이 달라지면 표정이 바뀐다. 표정이 외모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아니 나이가 들면서 얼굴의 외양보다는 표정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좋은 표정이 살아나려면 마음이 순수하고 진실해야 한다. 진실이 결여되어 있으면 아무리 감추어도 내심이 얼굴에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 나이가 되니 예쁜 사람을 만나는 것 못지 않게 밝고 명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얼굴에 밝은 표정이 나타나고 그 밝은 표정에 반가움이 배어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창회에 자주 나타나는 사람들은 얼굴이 다 좋다. 사람을 좋아하는 품성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늙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기자들을 피하고 사람들과 떨어져 살아간 어느 여배우보다 사진 찍는 기자들에게 `내 주름살 잘 찍어 주세요. 그거 만드느라고 오래 걸렸어요.`라고 말했다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가 기아들의 어머니로 아프리카 난민을 안고 찍은 사진은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40대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링컨의 말 중의 `얼굴`은 자기의 인생에 책무를 다한 결과로 나타난 좋은 표정, 그 표정을 만든 좋은 성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동기들이 이제 40대도 아니고 50대가 되었다. 동기들 모두가 앞으로도 더 잘 살아 아름답고 여유 있는 60대, 70대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다음 소식지에서는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