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내면세계를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형상화 하면서
`모든 기쁨에 미소를, 모든 슬픔에 눈물을, 모든 분노에 사랑을, 모든 비애에 위로를, 모든 허물에 용서를, 모든 분쟁에 기도를, 모든 희망에 격려를 가진 여성이 아름답다.`고 프랑스의 생 포아는 말했다. 그러나 자기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며,철저하게 스스로를 다스리며 한 분야의 터를 닦아가는 모습은 더욱 매력적이다. 이런 면에서 여성문화예술기획단 이사장이신 윤석남(9회) 동문을 단연코 수위로 꼽고 싶다.
40세가 넘어 시작한 화가에의 길- 어렸을 때부터의 연마와 노력으로도 그 멀고 험하기 짝이 없는 예술의 길을 전업주부로서 살다가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내재된 의욕의 폭발력을 느끼며 시작한 화가의 길이 23년 째다.
`인생은 단 한 번의 기회인데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사대부고 때는 장두건 선생님 밑에서 미술반 수업을 받았고, 상도 탔는데 갑자기 아버님이 돌아가시게 되어 붓을 놓았습니다. 그 미련이랄까 회한이 늘 고여 있어 저를 갈등하게 하였고,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게된 불씨가 되었습니다.`
여성 삶에 관심이 많은 윤석남 동문의 주제는 `어머니`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읽기라고 할까 여성 마인드로 모든 사물을 관찰하고, 그리고,설치하곤 했는데, 2000년 6월에 시드니 비엔나레를 끝으로 전시를 안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테마에서 이제는 `나 자신`을 표출하고자 하는 정신으로 구상 중인데 ,상상력 부족과 자기 만족이 안되어 늘 행복한(?) 번민으로 날이 새고, 다시 밝는다.
소외된 여성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시해나가는 여성문화예술기획단의 올 행사로는 4월에 열릴 서울 여성영화제가 있다. 문화관광부의 약간의 지원아래 추진되고는 있지만 경비부족으로 얼마나 활성화 될지 걱정이란다. 가정주부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참여해 함께 여성문화 발전에 힘을 모으고 개발해나가야 할 사업이지만,아직은 모든 조건이 열악한 편이다. 그러나 1999년에 열렸던 여성미술제는 성황리에 끝나 보람이 컸고, 2003년에 다시 개최될 예정이다.
사대부고에는 유난히 사대부고 출신 동문 가족들이 많은데 윤 동문의 가정도 그중에 하나다. 서예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윤석연(6회) 동문이 언니이며, 남편은 이흥배(9회) 동문이니
학창시절의 추억담을 나눌 수 있는 공감의 장이 마련될 수 있으니 심심치 않으리라.
남보다 늦은 출발이었기에 한 눈 팔지 않고 화가의 길을 내쳐 달려온 윤 동문은 그래서 성취감이 남다르게 크다. 그 값진 열매로는 1997년에 여성발전 유공 포상 국무총리상과 1996년 여성 작가로는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제 8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이 있다.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과천)과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호주)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자각과 여성의 내면 세계를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형상화해 온 윤 동문의 1997년 작 999점의 여성 목조상 `빛의 파종` 은 장안에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화단의 뒷켠에서 묵묵히 작가의 길을 걸어가는 중진으로서 작품 세계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흔들림 없는 작가의식으로 우리 화단에 널리 귀감이 되고 있는 윤 동문의 새 작품이 충일한 느낌으로 새록 새록 탄생하여 우리를 기쁘게 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