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장에서 돌아 온 지 2 주일이 지났지만 컨디션이 좀 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컨디션 조절을 핑계로 주말 아침 일찍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섰다. 주변에서 초 여름의 정원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Filoli Garden 일 것 같다. 아침 햇살은 벌써 따가와지기 시작하지만 정원은
모처럼 한가한 모습이다. 내가 좋아하는 봄 풍경은 아니지만 여름 꽃들로 단장된 정원은 여전히
아름답다. 계절마다 정원의 꽃들을 바꾸어 심고 가꾸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장미원과 허브 정원, 사과와 복숭아들이 매달린 과수원을 지나 숲길을 산책하며 봄과는 다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내가 좋아하는 정원은 사람들이 가꾸는, 잘 다듬어 진 정원뿐만 아니라 자연이 가꾸는 야생화 가득한
바닷가 언덕도 있다. 산길을 넘어 서쪽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여 태평양 해안으로 향했다.
1 번 도로는 언제 드라이브를 해도 상쾌하다. 푸른 하늘의 화창한 실리콘 밸리와 달리 태평양 해안은
하얀 구름이 드리운 선선한 날씨에 바람도 가볍게 불고 있었다. 높지 않은 파도가 계속 밀려 오는
해안 언덕에는 각종 야생화들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매 년
스스로 피어나는 꽃들이 보여 주는 풍경이 더욱 정겹다. 바닷가를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
흙길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내 자연의 정원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년에는 또 다른 모습이리라.
바닷가 낮은 절벽 바로 아래 바위에 바다 코끼리들이 한가롭게 누워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밀려오는
파도에 이리저리 몸이 흔들리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파도 소리와 시원한 바다 바람, 야생화들이
펼쳐 진 바닷가 언덕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내가 좋아하는 나의 정원이다.
몸과 마음이 충분히 시원해진 후, 돌아 오는 길은 시골길을 지나 레드우드 숲을 따라 산 정상으로
이르는 길을 선택했다. 아름드리 레드우드들 사이의 좁고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산 정상에 도달하여
내가 자주 가는 작은 호수를 찾았다. 호수를 한바퀴 도는 산책로는 멀지는 않지만 소나무와 산 딸기가
어우러 진 한적하고 아담한 길이다. 바로 옆의 언덕에는 여름 햇볕으로 바싹 말라 캘리포니아 골드
색으로 변한 풀들이 바람이 흔들리고 있다.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는 내 정원들을 돌아 보고 산길을 내려오는 드라이브 길은, 자동차
창문을 열고 음악의 볼륨을 높이며 삼림욕을 즐기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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