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가 또 다시 논문 표절 문제로 시끄럽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학위장사를 하는 대학이 문제이다. 제대로 공부는 하지 않고 남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얻은 학위를 엉터리 과정을 통하여 얻으려는 행위는 분명 사기이며 범법행위이다.
그리고 이런 사기 행위를 조장하거나 눈감아 주는 것도 법을 어기는 일이다. 이런 사기행위와
범법 행위를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들이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문제이다.
내가 졸업한 대학도 어렵게 공부하여 학부 과정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졸업생들은 대부분 조용히
자신의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살고 있다. 이에 비하여 무슨 전문 경영 대학원이나 특수 대학원을
단 기간에 그것도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졸업(?)한 사람들은 자신이 우리 대학 동문임을 내세우며
오히려 요란하게 떠들고 다닌다. 미국의 수준있는 대학에서 제대로 박사학위를 받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부분은 논문이 통과되면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바로 직장을 구해 귀국하거나
대학을 떠난다. 박사 가운을 입어 보지 못한 진짜 박사들이 많다. 이에 비하여 비싼 옷감으로 만든
화려한 박사 가운과 학위모자를 입고 거창한 사진을 내세우는 사람들 중에는 가짜가 많다.
항상 가짜가 진짜보다 요란하다.
작년에 서울의 모 사립대학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단기 경영과정 강의를 개최하였다. 이 강의의
수강생을 모집하는 광고 문안 중에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강의를 듣는
몇 달 과정의 이 코스를 마치면 이 대학의 동문자격을 준다는 것이었다. 대학이 스스로 타락했음을
보여 준 예라 할 수 있다.
내가 서울에서 야간 대학원 강의를 할 때에도 유사한 경험을 많이 하였다. 어렵게 저녁 시간에 공부를
하려는 젊은 사람들도 많지만 상당수의 수강생들은 학위증을 얻기 위해 야간 대학에 등록을 한다.
특히 수강생 중에 공무원이나 교육계 종사자들은 노골적으로 일이 바빠서 강의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승진과 실적을 위해서 학점이 좋아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나는 단호하게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내 강의는 수업에 참석하지 않으면 학점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 이들은
오히려 학교 교무처에 압력을 넣곤 했다.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은 죄없는(?) 학교 직원들이다.
강의와 학생 평가는 교수의 고유 권한이므로 만약 내가 학점을 주지 않은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임으로
학점을 주면 내가 교육부와 언론에 신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교직원들은 학교가 등록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런(?) 학생들이라도 붙잡아야 한다고 사정을 하였다. 이런(?) 학생들은 나에게
다른 대학에서는 교수가 직장이 있는 수강생들은 강의 출석에 편의를 봐주는 데 왜 나는 융통성이
없느냐고 오히려 대들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학기가 시작되면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는 유혹도
따랐다. 나는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 하고 술은 전혀 하지 못한다고 하며 이들을 멀리 하고, 부득이
강의에 참석할 수 없으면 수강 취소를 하도록 하였다.
결국 그 대학에서 나는 강의를 계속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엉터리 학위와 논문 표절은 자신은 노력하지 않고 남이 가진 지위를 얻고 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챙기려는 개인들의 문제이기에 앞서, 이런 현상을 악용하는 최고의 지성기관임를 내세우는
대학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학이 양심과 학문적 진실을 추구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설령 잘못된 생각을 가진 개인이 있더라도 엉터리로 학위증을 받지 못할 것이다. 가장 많이 배우고 가장
높은 지식을 보유한 집단에서부터 정화를 하지 않으면 사회는 정화되지 못한다.
오래 전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책 한 권을 들고 찾아왔다. 모 대학 교수가 집필한 책이었는 데
책의 여러 페이지에 내가 발표한 감성 연구 논문을 그대로 복사하여 놓고 있었다. 그리고 내 논문을
인용하였다는 표시도 없었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 연락을 해 보니 자신들은 모르는 사항이며
저자인 교수에게 연락을 해보라는 퉁명스러운 반응이었다. 나는 저자는 연락처를 모르니까 책을
판매금지하도록 법적이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바로 저자인 대학교수가 연락을 해왔다.
이 대학교수도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지 않고,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대학원생이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얼버무리려 하였다. 내가 그 교수가 소속한 대학에 연락을 하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잘못했다고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지식을 가르치면서 지식으로 먹고 사는
대학 교수들 조차 다른 사람의 지적 소유권을 우습게 보는 대학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내가 발표한 감성 논문은 지금도 많은 교수들이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마치 자신의 것인양
학생들에게 떠들고 있다. 엉터리 박사와 가짜 박사를 찾아내는 문제는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소위 지식들이 이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바로 그들이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에 엉터리이며 가짜가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내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사항은 원칙과 정직이다. 우리 인생에서 학교가
아니면 원칙과 정직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스스로 노력한만큼 결과를 얻으며, 이 결과에 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적 혼란은 이런 원칙과 정직의 상실에서 시작되어 있다.
남이 가진 지위와 재산은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므로 나 자신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남이
가진 것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자기 합리화는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거짓말도 계속 하면 나중에는 그것이 거짓말같이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치와 언론, 종교 등이 원칙과 정직에서 벗어나 수준 이하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지
오래되었지만, 이런 국가 파괴 행위에 지성인들 집단이며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까지
가세하고 있음을 보며 우리나라의 앞날이 진정 염려된다.
우리의 앞날을 위해 교육 하나라도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