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 받았다. 오래 전 번역하였던 책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우리 인간의 두뇌는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까지가 비정상일까? 세상이 복잡헤지고 각종 첨단의 기술들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들의 두뇌도 변화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변화는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다.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두뇌 이상(Brain Disorder)"은 다양하고 많은 두뇌의 비정상적인 변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증후군, 자폐증, 우울증, 치매 등과 같은 질환성 증세에서부터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 인터넷 중독,
섹스 중독, 가정 폭력, 묻지마 폭력 등 반사회적 행동, 그리고 지나친 자기과시와 사생활 노출, 쇼핑 중독, 상습적 거짓말과
같은 인격장애에 이르기까지 '두뇌 이상'의 결과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들 중에는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치된 상태에서 생활하다기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된 학교
폭력과 왕따 행위, 성인 사회에서 일반화 된 과다한 음주와 퇴폐 행위, 가정 폭력, 언어 폭력 등은 쉽게 범법 행위로까지
발전(?)되어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우려하는 상황은 최근 우리나라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성' 이다. 부정적인 감성은 '두뇌 이상'의 가장 가벼운 결과이지만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보고,
남의 탓을 하는 태도는 개인과 국가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다양한 '두뇌 이상' 에 대한 대처 방안은 우리의
두뇌를 우리 스스로 훈련시키는 것이다. 두뇌를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이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은 올바른 두뇌 훈련과 거리가 멀다.
우리 두뇌를 스스로 훈련시키는 차선의 방법으로는 아직도 미지의 분야로 남아 있지만, 서서히 방향이 잡혀 가고 있는
뉴로피드백 훈련이 있다. 뉴로피드백은 최근 미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많은 과학적 접근과 함께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이 남아 있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한 하나의 좋은 기술(?)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뉴로피드백에 대한 각종 논문과 서적들을 읽다가 발견한 책이 Jim Robbins 의 "A Symphony in the Brain" 이었다.
뉴로피드백의 역사에서부터 기법들, 그리고 많은 사례들을 쉽게, 그러나 잘 정리한 책이었다. 우리나라 과학계와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욕심으로 서둘러 번역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 되기까지는 또 다른 인내심이 필요하였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두뇌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두뇌 연구가 단순한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무지함과 무관심으로 소홀히 하고 있는 '두뇌 이상'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리의 두뇌를 건강하게, 긍정적인 감성을 갖도록 훈련시킴으로써 우리나라가 선진 복지 사회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책을 위하여 쓴 역자 서문의 일부를 옮겨 놓는다. (//blog.naver.com/ny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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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인간의 특성 이해를 위한 공부와 연구를 해 온 지 40여 년이 된다.그 동안 나는 인간의 신체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생체역학부터 생리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생리학, 생각과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과 감성과학, 그리고 이들을 함께 종합적으로 생각하여 인간과 주변 사물들과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aface)까지 내 학문과 응용의 영역을 넓혀 왔다. 또 휴먼 인터페이스 분야를 섭렵하다가 마지막으로 인간의 두뇌와 주변 사물들과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브레인 인터페이스(Brain Interface)에까지 왔다. 공부를 할 수록 인간의 두뇌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인간의 두뇌와 신경계에 대한 논문과 책들을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인 책이 2권 있었다. 하나는 노만 도이지(Norman Doidge)의 『The Brain that changes itself』였고, 다른 하나는 짐 로빈스(Jim Robbins) 의 『A Symphony in the Brain』이었다.두 책 모두 인간의 두뇌에 대한 기존의 고정 관념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주는 책이었다. 다행이 노만 도이지의 책은 국내에 번역 출간이 되었다. 나는 이론적인 연구보다 현장 활용에 더 관심이 있어 짐 로빈스의 책에 더 흥미를 가졌다. 불행히(?) 이 책은 국내에 소개가 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과 이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과학 서적 번역 출간의 결과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잊고, 이 책의 번역 욕심이 생겼다. 후배인 지성사의 이원중 사장이 다시 희생양이 되었다.
노만 도이지의 책은 두뇌의 변형성(학술 용어로는 가소성이라고 번역하는데, 내 두뇌는 가소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느낄 수가 없어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변형성’이라고 번역하였다)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짐 로빈스의 책은 두뇌의 변형성에 근거를 둔 뉴로피드백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뉴로피드백의 역사를 40 년 정도로 볼 때,이 책은 뉴로피드백의 역사서와도 같다.
뉴로피드백은 지금까지도 의료 분야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격적인 뉴로피드백 연구와 활용이 활발한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짐 로빈스의 책을 번역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염려되었던 사항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과학계, 특히 의학계의 반발이었다. 소위 ‘과학적 검증과 결과’를 내세워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뉴로피드백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데 대한 반발은 충분히 예견된다. 아마 국민들을 현혹시킨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과학계에 다시 묻는다.우리가 현재 과학적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것들이 진실로 영구불변하는 진리인가? 현재의 의학은 우리의 두뇌에 대하여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이러한 반발에 대한 답은 모두 이 책 안에 있다. 책의 저자인 짐 로빈스도 언론인으로서 뉴로피드백을 처음 취재할 당시에는 이 분야에 대하여 회의적이었지만,현존하는 거의 모든 뉴로피드백 관련 학자들과 활용자들을 만나고, 체험을 하고,뉴로피드백의 효과를 본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그는 서서히 뉴로피드백에 심취해 갔다. 언론인으로서의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그는 기존의 의료 분야에서 소홀히 하고 있는 인간 두뇌의 변형성이 주는 획기적인 결과들에서 뉴로피드백의 긍정적인 미래를 보고 있다.
나는 다른 시각에서 뉴로피드백을 이해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뉴로피드백은 두뇌의 이상(disorder)을 바로잡아 주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면 두뇌의 이상은 왜, 어떻게 발생하는가? 디지털 기술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인간은 외형적인 행동과 생활뿐만 아니라 생각과 느낌까지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 속도는 우리의 두뇌가 적응하기에 너무 빨랐다. 인간의 두뇌는 생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 부담으로 정상적인 발달이 되지 않은 ‘이상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였다. 현재 개인과 사회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의 바탕에는 이런 두뇌의 비정상적인 변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학교와 청소년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폭력, 따돌림, 약물 오남용, 우울증, 자폐증 등의 바탕에는 이런 두뇌의 이상이 있다. 나아가 음주와 퇴폐 문화의 확산,반사회적 행동, 노인의 정신 건강 등 많은 사회적 문제도 두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내가 이 책의 번역을 결심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폭력 학생을 전학시키거나 격리시키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나 공공장소에 가 보면 의외로 많은 어린이들에게서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 증후군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부모나 학교는 이런 증상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다룬다.그러다가 이들이 폭력범이 되거나 문제아가 된 후에야 서둘러, 그러나 잘못된 조치를 취한다. 우리 어린이들의 장래를 망치는 것은 무지한 어른들이다. 부모들과 교사들, 나아가 사회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정부와 정치인들도 우리의 두뇌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이런 이해의 시작을 도와준다. 우리가 두뇌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 우리는(심지어 과학계에서도) 두뇌를 우리가 스스로 조정할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두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면,우리의 두뇌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뉴로피드백은 아직 미완의 분야이다. 그만큼 앞으로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이기도 하다. 두뇌에 대하여 우리가 더 많이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우리의 두뇌는 우리를 위하여 더 많은 일을 해 줄 수 있다. 또 두뇌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을 이해한다면 인간의 두뇌를 만든다는 무모한 도전보다는 두뇌를 올바르게 이해하여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과학계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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