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이지만, 이곳의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름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시기이다. 유명세 때문에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 계곡은 사람들과 자동차로
붐비지만, 폭포의 수량이 줄고 메마른 땅에서는 흙먼지가 일어난다. 지난 겨울에 요세미티가 위치한
시에라 산맥에는 예년에 비하여 눈이 절반 정도밖에 내리지 않았고, 봄에 날씨가 따뜻하여 그나마 내린
눈도 일찍 녹아 버렸다. 특별히 건조한 여름이 예상되는 올 해의 요세미티였다.
산호세에 20 년이 넘도록 살면서 요세미티에는 10 여 년 전에 잠시 들린 것이 전부라는 친구가
봄부터 요세미티를 안내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는 데, 겨우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 7 월 중순이었다.
요세미티는 여름에 가면 덥고, 먼지 날리고, 복잡하며, 아름다운 사진도 많이 얻지 못한다는
내 설득도 친구의 고집과 무지함을 넘지 못했다. 그래 직접 경험이 최선의 설득이다.
마음이 내키지도 않고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친구의 소원 한 번 들어 준다는
마음으로 새벽 5 시에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인터넷을 통하여 여름 주말에 공원이 입장하는 자동차 수를 요일과 시간대 별로
알려 준다. 여름 주말에는 평소보다 5 배 이상 많은 자동차가 몰리며, 오전 9 시 전에 공원에 입장을
하지 않으면 교통이 혼잡하여 불편할 수 있다는 정보였다. 친구와 함께 서들러 새벽길을 떠난 덕분에
요세미티에는 오전 9 시경에 도착하여 큰 어려움 없이 요세미티 계곡에 들어 섰다.
예상했던 대로 강물의 양은 많이 줄어 있고, 폭포들도 희미한 물 줄기만을 겨우 보여 주고 있었다.
친구를 위하여 요세미티 계곡의 명소들을 하나씩 찾으며 여름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무덥고 건조한 날씨에 친구가 먼저 어려움을 호소했다. 높은 해발 고도와 더운 날씨는 체력을
빨리 소모시킨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 보았지만 물도 차갑지가 않았다. 그래도 4 시간 가량 운전하여
온 것을 생각하여 요세미티 폭포 아래까지 걸어 가 보았지만 풍경은 실망스러웠다. 카메라가 점 점
무겁게 느껴졌다. 중요 장소들에서 요세미티의 여름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예상 시간보다 조금
일찍 요세미티를 출발했다. 자동차의 조수석에 앉은 친구는 곧바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가벼운 코 골음
소리와 함께 잠에 빠져 들었다. 나는 피곤함을 이기기 위하여 음악과 에어컨을 틀고 숲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왕복 15 시간의 당일치기 요세미티 여름 여행은 피곤함과 조금의 짜증난 일, 그리고 당연한
결론을 얻으며 끝났다. 여름의 요세미티는 오지 말자.
힘들게 찍은 사진들 중에서 다른 계절과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찾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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