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5 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Memorial Day 이다.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같은 날이다.
국가를 위하여 전쟁터에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의도에서 미국 국가 차원의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미국의 Memorial Day 가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다른점은 정부차원의 형식적인
기념식과 현충원 참배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전국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하여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는 것이다.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에는 Memorial Park 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들이 많다. 이들 공원에는
그 지역 출신으로 전쟁터에서 산화한 사람들을 위한 동상이나 기념비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Memorial Day 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이 기념비를 찾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들,
친구들 이외에 이들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사람들도 스스로 작은 꽃다발을 기념비 앞에 놓아두고
가곤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 덕분에 평화와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표시하는
작은 감사의 마음이리라. 나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현충일을 맞이했지만 이날이나마 국가를 위하여
산화한 군인들에게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졌는 지 돌아보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우리 집 가까운 곳에 Cupertino Memorial Park 이 있다. 잔디밭과 연못, 어린이 놀이터 등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 Memorial Park 의 한 복판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산화한 두 군인의 동상과
함께 전쟁에 참가하고 또 목숨을 잃은 지역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타일로 구성된 공간이 있다.
이 기념물은 지역 기업들과 개인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되었으며, 군인 가족들도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 가족들이 전쟁터에서 국가를 위하여 싸웠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표시해 놓고 있다.
이곳 동상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은 Cupertino 출신인 데, 다른 한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군 NAVY SEAL 로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다가 산화한 James Suh 이다. 두 사람 모두 NAVY
SEAL 의 일원으로 친구사이였으며, 2005 년 Red Wings 라는 군사작전에서 희생된 군인이다.
Red Wings 작전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Justice 책에서도 인용된 유명한 일화를 포함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반군 조직을 소탕하기 위하여 수색대로 침투한 4 명의 NAVY SEAL 군인들이
매복 중에 양치기 목동들을 만났다. 이들은 작전의 비밀을 위하여 목동들을 살해할 것인가,
이니면 비무장 민간인들을 풀어 줄 것인가 토론과 투표를 한 끝에 목동들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반군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4 명의 군인들 중 3 명은 전사하고 한 명은 총상을 입고 절벽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들의 연락을
받은 구조대가 탑승한 헬리꼽터도 아프가니스탄 반군의 로켓포에 맞아 추락하는 바람에 이
헬리꼽터에 타고 있던 8 명의 NAVY SEAL 들과 8 명의 특전사 군인 모두가 사망했다.
Cupertino Memorial Park 의 동상은 이 때 목숨을 잃은 Cupertino 출신 NAVY SEAL 과
그를 구출하기 위하여 출동하였다가 목숨을 잃은 그의 친구 James Suh 의 모습이다.
전쟁은 Justice 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많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전쟁은 개인과 사회, 국가 모두에 희생을 요구한다. 최선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인류의 역사에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전쟁을 일으킨 인물들이 많다. 이런 어리석은 인물들과 전혀
관계가 없는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희생되고 그의 가족들도 많은 고통을 겪는다.
5 월 말의 미국, 6 월 6 일의 우리나라, 모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안락한 삶을 위하여
귀한 생명을 바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동시에 무고한 사람들이 더 이상 전쟁에서
희생되지 않도록 지난 날의 전쟁들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Cupertino Memoria Park 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 Memorial Park 은
분명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며,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뜻이 있는 곳이다. 이들이
참전한 전쟁은 일차 세계대전과 이차 세계대전, 한국전, 월남전, 그리고 최근의 중동전 모두를
포함한다. 특히 이곳에는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하고 희생된 사람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이런 Memorila Park 에 일본인들은 의도적(?)으로 사꾸라 나무를 기증하고 일본 사당 형태의
정자를 설치해 주는 등 과거 일본의 전쟁 경력을 지우려 노력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이런 선심은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Cupertino Memorial Park 의 기념공간에도 일본의
가미가제 공격으로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는 작은 돌 비석이 세워져 있다. 그 돌비석 너머
일본식 정자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 지지 않는 것은 내가 한국인으로써 너무 민감한 것일까?
과거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명소에 쇠못들을 박아 민족의 기를 말살하려했던 사실들을 미국인들은
미신이나 무당짓 정도로 여기고 무시해 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일본인들이 공짜로 나무도 심어주고
정자도 만들어 주는 환심에 방심한 것일까? 이 Memorial Park 에서 매년 봄이면 열리는 사꾸라
축제가 나는 일본인들의 검은 마음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일본인들에 의하여 희생된
미국 군인들의 영혼들도 마음이 편할까? 미국인들의 무관심과 무지함, 일본인들의 사악함이 또 다른
희생을 부를까 염려된다.
지난날을 잊지 않아야 함은 앞날에 유사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