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체질은 봄, 특히 4 월과 5 월을 지내기가 힘이 드는 데, 올 해는 4 월과 5 월에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하는 일들이 많아 스트레스가 쌓이고, 아침마다 산책을 겸해서 하는 걷는 운동도 많이 하지
못했다. 몸이 힘들면 마음도 함께 힘들어 지는 것 같다. 하는 일도 마음에 들지 않고, 짜증도 자주
내다 보니 마음도 우울해 지는 것을 느꼈다. 책도 손에 잡기 싫고, 음악을 들어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특별한 해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의사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운동부족이란다.
그건 나도 안다.
주말 모처럼 혼자 카메라 백을 메고 샌프란시스코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주말이라 모든 역마다
정차를 하여 한 시간 20 여분만에 샌프란시스코 역에 도착하였다. 기차역에서 30 번 버스를 타고
China Town 을 지나 Washington Square 에서 내려, Saint Peter & Paul Church 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후, 다시 39 번 버스를 타고 Coit Tower 로 향했다. 타워의 전망대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데 7 달러를 내야 한다. 망설이다가 7 달러를 내고 전망대에 올랐다. 사방이 트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모습들이 새롭다. Lombard Street 의 구불거리는 길도
눈 앞에 내려다 보였다.
Fisherman's Wharf 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Pier 39 을 한번 둘러 보고,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Alcatraz 섬의 모습과 바다사자들이 모인 곳에도 카메라를 향해 보았다.
해안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Golden Gate Bridge 방향으로 걸으며 카메라에 담을 풍경들을
찾았다. Hyde Street Pier 의 옛 선박들은 언제 보아도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작은 모래 사장에
소품으로 놓아 둔, 물에 뜰 것 같지 않은, 노젓는 나무배에서 디자인을 본다. 낡고 녹슨 선착장을
돌아보며 평소와 다른 각도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즐겁다.
Fort Mason 은 옛 군대 건물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꾼 곳이다. 여기저기에 조각작품들이 놓인
잔디밭에서 각자 편안하게 앉거나 누운 시민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마침 샌프란시스코 만에는
요트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요트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시원하다.
샌프란시스코 요트 클럽에는 크고 작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항상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곳이다. 언젠가 내 요트도 이곳에 정박해 놓으리라.
갑자기 펠리컨 두 마리가 날아와 내 앞에서 물고기 사냥을 시작했다. 몇 차례 계속해서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하며 물고기를 잡는 묘기를 보여 주었다. 내 카메라도 바쁘게 셔터 소리를 냈다.
그럭저럭 3 시간 여를 계속 걸었다. 다리가 피곤해 진다. 걷는 속도를 늦추어 Palace of Fine Arts 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의 하나이다. 호수 주변을 걸으며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 데, 물가 가까운 곳에 백조와 새끼들이 눈에 띄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것같은 새끼들을
거느리고 물위를 천천히 움직이는 어미 백조의 모습이 정겹다. 이들의 모습을 담는 내 카메라 소리도
백조 새끼들이 놀래지 않도록 조심스러웠다. 신발이 무겁게 느껴졌다. 버스 정류장을 향하는 길에
보이는 건물들의 모습도 즐거움의 대상이다. 특히 다양한 모습의 창문과 창가에 꽃을 놓아두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여유를 읽는다. 30 번 버스의 종점이라 편안하게 좌석에 앉아 길거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찾은 샌프란시스코 버스 여행의 요령이다. 차창을 통하여 언제나 분주한
China Town 모습을 다시 보고 Union Square 에서 버스를 내렸다. 대도시 한 복판의 광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한다. 몇 불럭을 걸어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제는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어졌다.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기차의 기관차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기차의
좌석에 몸을 기댔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