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의 한국식 찻집
5/26/11 (목)
처음엔 고속 터미날에서 서너 정거장 떨어진 '삼성역'으로 나오라는줄 알고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삼성이 아니라 삼호선 저 끝의 불광동, 구파발 다 지나
'삼송'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였다.
일산에서 오는 서경자는 오랫만에 쉽게 오겠지만 나로서는 아주 한참 가야할 먼 거리였다.
이미 약속을 했으니 바꿀수도 없어 그냥 한번 가보기로 했다.
낮 12시 약속을 아침 10시15분 쯤,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정숙자가 전화를 했다.
오늘 점심때 만나잔다.
이미 문혜자와의 선약이 있어 어렵다고, 다행히 엊그제 기우회 모임에서 얼굴을 보았으니
그걸로 끝내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저 늦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나가 고속 터미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열심히 가고 있는데 어디서 희미한 전화 소리가 난다.
휴대폰 전화에 익숙치않은 나는 벨이 울리면 항상
남의 전화아니면 드라마 속의 전화라고 생각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무심코 더듬 더듬 내 전화를 찾아 열어보니 무려 8 통의 부재중 전화. 어머나~~~
손잡이 잡고 서서 한참 가자니 팔 아프다는 생각 뿐이였다.
자리에 앉은 젊은 아가씨들은 나를 흴끗 쳐다본후에도 자리를 양보할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좀 젊어 보여서 그런가보다고 위안을 하며 정거장만 세며 가느라 전화에 신경쓰지 않은것 뿐이지
부재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뭏든 애타게 울려오는 9 번째 전화를 받아보니 문혜자다.
방금 유정세 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오후 1시에 그집에서 집행부가 모여 미국 사람 송별 쫑 파티를
할 예정이니 그리로 오라고 했단다.
덕순이도 또 다른 사람들도 다 온다니 우리 계획은 취소하고 거기서 만나자는 거다.
"YOU MUST BE KIDDING !!!!!!"
사람이 지조가 있지 한번 삼송에 가기로 한 약속을 하늘이 두쪽 나도 지키려고 열심히 가고 있는데 돌쳐서
다시 반대쪽으로 한참 오라니까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벌써 아홉 정거장을 팔 아프게 매달려 왔고 이제 열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미국 사람들은 절반 이상 가버렸는데 이제 무슨 파티냐고 하면서도
정말로 남학생들도 다 모이는 공식 파티로 홀딱 속아 넘어 갔다.
게다가 애초에 이 모임을 주선한 문혜자가 취소한다니 별수없이 얼른 내린곳이 을지로 삼가였다.
다시 돌쳐서서 반대 방향으로 오기 시작했다.
한 두어 시간 여유가 있어 삼성역에 내려 현대 백화점 근처의 코엑스 몰이라는 곳을 구경했다.
또 개량 한복이 있나 보려고.
힐끗 보고 지나는데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는 불라우스가 49 만원, 바지가 19 만원...Oh my god!
불라우스 하나에 500불, 바지 하나에 거의 200불인 셈이다.
여기 사람들은 이런 물가에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고 사는것 같다.
낮 12시경 정세네 집에는 최덕순, 문혜자, 이희숙, 정숙자, 서경자, 유화자,
나중에 잠간 들른 최순옥까지 모두 아홉명이 모였다.
순옥이와 덕순이를 빼면 집행부가 모인다는 것은 뻥이였고
답답했던 정숙자가 정세에게 전화를 하자 정세가 우리 계획에 재를 뿌린것을 알았다.
정세 말로는 자기가 나무 저 꼭대기를 다 흔들어서 계획을 변경시켰단다.
아무려나~ 삼송역에 뭐가 있는지 몰라도
The more the merrier!
여자들 아홉이 모여서 또 이번 Reunion 뒷 이야기를 하며 깔깔댔다.
이미 들은 이야기, 아는 이야기를 다시 또 되풀이해도 너무 재미있었다.
사람이 드는건 몰라도 나는건 안다더니 친구들이 다 떠나 버린 집은 휑하니 쓸쓸했다.
다들 섭섭함을 감추려 억지로 더 재미있었던 이야기만 하고 깔깔 웃었다.
억척스런 정세는 벌써 빨래도 하고 집안도 다 치웠단다.
나는 공연히 친구들이 북적대던 빈방들을 들러 보았다.
정숙자가 그여히 점심을 낸다고 또 Tovan 으로 데리고 갔다.
이집에서 무려 세번째나 먹자니 진력나서 다른 집 없느냐고 하다가 돌솥 해물 비빔밥을 시켰는데 뜻밖에도
이번엔 해물찌개등 메뉴가 완전히 달라져 맛이 괜찮았다.
수다를 떠는데 친구들 반 이상이 죽으면 묻힐곳을 다 마련했다는 이야기,
순옥이가 이번 여행의 보험을 사려고 고교 졸업 무려 50주년 기념여행이라 했더니 점잖게 거절 당했다는 이야기,
우리 병원에서는 수년전부터 생명 보험에서 Premium 은 매년 똑 같지만 Benefit 은 처음엔 70%,
그 다음엔 60%로 줄어 든다고 눈하나 깜짝않고 통고한다는 이야기,
신경질 나서 그 생명 보험은 다 집어치워 버렸다는 이야기...
Age Discrimination (연령 차별) 이다.
제일 웃겼던 것은 누가 비석을 Sale 에서 샀다는 이야기였다.
암~ 마지막 순간까지 돈은 아껴 쓰고 볼일이다.
그런데 웃고 떠들다보니 지금껏 괜찮던 입이 갑자기 찌릿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늘 하는데로 오늘 아침에도 약 반알 먹고 나왔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제는 배탈로 잘 먹지 못했는데 오늘은 또 입이 아파 맛있는 찌개도 맘대로 먹을수가 없다.
잘 못 먹는것도 속상하지만 할말은 쌓였는데 말을 할수 없으니 꼭 벌서는것 같고, 그런 고통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억지로 참고있자니 마치 道를 닦는것 같았다.
남편이 내게 늘 말 두마디, 세마디 할것을 반 마디로 줄이라고 하더니 지금 제물에 그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
그냥 맘대로 웃고 떠드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설상가상으로 전화는 자꾸 오고, 이희숙이 리더가 되어 " 10월 어느 멋진날" 같은 노래도 같이 불러 보는데
입이 영 말썽이였다.
정세가 달고 차거운 커다란 곶감까지 내 놓는데 가까스로 하나를 겨우 먹었다.
혼자 먼저 일어 날까도 몇번 생각했으나 친구들이 너무나 살갑고 재미있어 그럴수가 없었다.
지난 6년간 약을 먹어왔으나 이렇게 심히 아픈적은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다.
아마도 어제와 그제, 갑자기 뜸을 뜬 때문인지도 모른다.
약을 반 알만이라도 얼른 먹었으면 조금 나을지도 모르는데...
가방 속에 약 한알 여분으로 들고 다니지 않은것이 큰 불찰이다. 무지한 참을성으로 그냥 참고, 또 참았다.
저녁 6시쯤 다들 일어나 점심 잘 먹었으니 저녁은 생략하자고 했다.
그러나 밖에 나와 토반을 보니 생각이 또 달라졌다.
그냥 헤어지면 섭섭하다고 여기서 간단하게 저녁을 들고 가잔다.
정세는 복이 많다.
끼니때가 되면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와서 밤낮으로 요리 연구한다는 유명 식당에서
cook 이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어 주기만하면 된다.
그래서 토반에서 무려 4번이나 밥을 먹고 헤어졌다.
This was the final Good Bye.
언제 또 만나볼지 ....
성북동에서 만난 꽃
" Nita Juanita ask Thy soul if we should part,
Soft o'er the fountain ling'ring falls the southern moon
Far o'er the mountain breaks the day too soon
In Thy dark eyes' splendor where the warm light loves to dwell
Weary looks yet tender speak Thy fond farewell
(Nita Juanita let me linger by your side)
(Nita Juanita ask Thy soul if we should part)
"서편에 달이 호숫가에 질때에 저 건너 산에 동이 트누나.
사랑 빛에 잠기는 빛난 눈동자에는 근심 띄운 빛으로 편히 가시요.
친구 내 친구, 어이 이별 할꺼나.
친구 내 친구, 잊지 마시요."
지금 보니 번역이 꽤 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