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 수목원에서 만난 이름 모르는 꽃
5-24-2011 (화) (기우회)
아침에 병한과 침도 맞고, 뜸도 뜨러 갔다.
병한이 늘 가는 도인(道人)이 있는데 이애는 가끔 가서 기(氣)도 받고 침과 뜸등의 치료를 받는다.
나는 입이 아픈 신경염을 양약으로 다스리고 있으나
혹시 무슨 한방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따라 갔다.
I'm open to all suggestions.
스스로 생각해도 편협하지 않은 내 태도가 옳다고 생각한다.
마침 중국에 있는 막내 동생, 경한이 나를 본다고 일주일간 틈을 내서 왔기에 거기서 또 만났다.
경한은 지난 22일에 만나 저녁을 같이 했으나 시간이 없어 이야기도 잘 하지 못했다.
그애 사무실의 카펫 깔린 빈 방에서 늘 이 도인을 만나는데
우리 일곱 형제들 중 병한과 막내 경한이만 기(氣)도 하고 침도 맞고 이 도인이라는 사람을 신봉한다.
나는 "Whatever helps" 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한방 치료를 마다하지 않는다.
몇년만에 보는 도인은 나의 왼손 네번째 손가락, 첫번째 마디 아래에 뜸을 놓았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는 수지침, 이건 허리 아픈것을 돕는단다.
도인은 나만 보면 좀 긴장하는데 내가 미국에서 직업이 약사(藥師)라는것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약사라도 사과를 껍질채 갈아서 먹는것이 그냥 먹는것보다 좋다고 하는 그의 말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른건 몰라도 침과 뜸은 몸과 마음을 relax 시켜 나른하고 잠이 온다.
경한의 딸, 효정이까지 넷이 다 기 체조, 침, 뜸 해보고 근처의 '대죽골'이라는 흙담집 같이 생긴 음식점에서 점심을 했다.
메뉴는 우렁 쌈밥, 된장찌개, 황태구이, 열무김치 국수등...
식당 생김새처럼 토속적인 음식인데 맛은 그냥 괜찮다.
오늘 오후 4시경에는 마지막 공식 행사로 기우회 (琪友會 또는 碁友會, 친구들 만나 바둑 두는 모임이라고 짐작) 모임이 있다.
남자들은 바둑, 여자들은 오목을 둔단다.
지하철 2호선 4번 출구로 나오라는데 아무리 봐도 꼭대기 출구 표지판에는 12번, 13번 출구밖에 없다.
하는수 없이 지나가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그도 두리번거리더니 방금 지나친 둥그런 기둥에 낮게 써있는것을 가르친다.
아하~ It can be anywhere.
지하철 출구를 나와보니 기원이 바로 앞에 있는데 들어가는 문을 못찾아 또 물었다.
마침내 건물 이층 작은 방을 찾아 들어가니 벌써 많은 친구들이 모여 열띤 경쟁을 벌리고 있었다.
엊그제 만나보려고 애쓰던 정숙자를 뜻밖에도 여기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첫 오목 판을 벌렸다.
대학교 수학 교수와의 대적이라 걱정스러웠는데 과연 잘한다.
처음엔 내가 이겼으나 나중에는 자꾸 져서 그만하고 큰 이순자와 대적.
이애도 수학 선생님인데다 서울사람이라 겁이 났다. 과연 내가 두번이나 졌다.
서경자가 자기는 까만알을 가져야 이긴다고해서 ㅎㅎ 웃었는데 사실이였다.
나도 까만알을 가지고는 두어번 이겼는데 불공평한것 같아 흰것으로 바꾸어 주었더니 연거푸 진다.
까만알이 집중하기 쉬워 그런가보다고 결론지었다.
오목 참피온이라는 맹월씨와 대적은 아니했으나 옆에서 다른 사람과 하는것을 눈여겨 보았다.
이애는 무엇이던 미리미리 생각하는 타잎이니 이런것 잘할것이 뻔하지만
여기선 또 상대방의 정신을 흐리게하는 바람잡이에 선수다.
말을 들고 오목판 위를 돌개바람 불듯 휘돌다가 순식간에 놓고 은근히 압력을 주니 상대방이 초조해진다.
나는 상대방이 말을 놓을때마다 이젠 졌나보다고 가슴이 철렁했다.
옆에서 뭘 그까짓것 가지고 가슴까지 철렁하느냐 말했지만 사실이였다.
무엇보다도 내 말만 쳐다보느라 상대방 공략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상대방이 무슨 꿍꿍이 수작을 벌리고 있는가하는 상황 파악에 어린애처럼
무지 순진한것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없고 우습다.
그야말로 수십년 혼자서 단순하게 살아와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아뭏든 결과는 내가 2번, 숙자 2번 이겼나?
이순자에게 내가 2번 지고, 서경자에게도 2번 지고, 그런데
이원호씨에겐 2번 이겼다.
이것도 오목 Know How 에 통달한 이강섭씨의 "4 and 3" 훈수로 야마시쳐서 간신히 이겼다.
참 그랬었지. 어떻게던 바둑알 4개와 3개가 어느 한끝이 트이게 만나도록 그물을 쳐 놓으면 이기게 되어있다.
아주 옛날에 공책 뒷장에 오목판을 벌리던 생각이 났다.
오늘은 예쁜 바둑알로 오목을 두니 그야말로 신선 노름 같다.
청기와 순두부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지하실 방인데 13회 동기들이 잔뜩 와서 대 만원으로 자리가 좁아 바싹 바싹 끼어 앉았다.
옆에 앉은 김정수가 매운것을 못 먹는다고 해서 하얀 순두부로 저녁.
하얀 순두부는 처음 먹어보는데 그냥 괜찮다.
다음에는 노래방 순서였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열심히 끝까지 다 따라갔다.
노래방에만 오면 신이 나는 주청씨를 자세히 연구 관찰했다.
유치원 아이처럼 손짓 발짓 해가며 박자 맞추어 귀엽게 노래하는 주청씨.
옆에서 보는 사람까지 즐겁다.
He is truely relaxed and enjoys singing.
용기를 내어 앞에 나가서 스승님으로 모시고 같이 서서 해보았다.
나도 하나 하나 손짓 발짓까지 흉내내며 목청껏 소리내어 노래를 해보니 훨씬 수월하다.
이렇게 자꾸 연습하면 훨씬 나아질것 같다.
"당신과 나 사이에 ..." ㅎㅎㅎ
"저 바다가 없었다면..." ㅎㅎㅎ
" 쓰라린 이별 만은 없었을것을 ..." ㅎㅎㅎ
계속 깔깔대며 따라 하니 옆에서 자꾸 "잘하네, 뭐."
이제껏 하던중 제일 잘 나가는 판에 끝이 나 버렸다.
드디어 Farewell Time.
집행부 임원들과 악수하며 그동안의 수고를 치하하고 헤어졌다.
정세네 집에 묵는 외국 친구들과는 지하철 안에서 Bye Bye.
Some are leaving tomorrow.
다들 언제 또 다시 만나볼지 알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