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남회 (畿南會) 모임에 가는 날이다.
한강 남쪽, 경기도 이남에 사는 사람들 모임이라나?
대개 분당 또는 그 남쪽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공기 좋고, 산과 호수가 있어 경치도 좋고 조용해서
아주 살기좋은 곳이라고 자칭 천당 다음이란다.
아뭏든 오늘은 분당의 "마실"이라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 모임이다.
지하철 타고 가는것이 멀고 복잡하다고해서 정세네 집으로 갔다.
거기서 우리를 데리고 가려고 차가 세대나 움직인단다.
지명의 편안하고 멋진 Sorento 라는 차를 또 얻어타고 달렸다.
날씨도 화창하고, 너무 좋다.
서울 와서 한 두주일은 비도 오고 춥더니 갑자기 늦은봄 아니면
초여름 같은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정말 다행이다.
지명이 자기가 분당에 산다고 이것저것 밖의 경치를 설명하고, 자랑이 끝이 없다.
주위에 동창들이 많이 살아 가깝게 재미있게 지낸단다.
드디어 식당에 닿았다.
언젠가 Internet에 소개되어 본 기억이 있는데 아주 깨끗하고 넓은 독채 방이 주어졌다.
창밖에는 신록의 경치가 멋있고 우리들 40 여명이 들어앉을 만큼의 커다란 방은
아주 조용해서 그야말로 고즈넉한 山寺의 분위기다.
박영구 회장의 인사 소개가 시작되면서 음식이 나오고 술도 나왔다.
병한이 무척 좋아하는 Cass 맥주도 있지만 안억수씨 담당이라는
노란 빛갈의 칵테일이 너무 맛있다.
술도 많이 안들어 갔고, 그냥 달기만 한 Soda 보다 훨씬 맛있다.
Receipe를 얻어다가 남편에게 전해야겠다.
맨처음에 appetizer로 아주 조그만 공기에 담아 내오는죽,
콩나물과 북어가 적당히 섞어져서 은은한 맛을 내는 국,
넓은 접시에 담긴 열무김치, 쌜러드, 잡채.
그런데 이 잡채 국수는 우리식 당면이 아니라 처음 보는것으로 넓적하다.
중국 당면이라고 앞에 앉은 정광자가 말해 준다.
가만 보니 빨갛고 파란 피망, 버섯등을 넣었는데 고기도 없다.
씹히는 맛이 가늘어서 돌돌거리는 우리식 당면과는 달리 조금 차진 국수같아 색다르다.
만들기도 쉽고 맛도 괜찮으니 교당에 가져가면 좋아하겠다.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얼른 노트에 적었다.
음식이 하나씩 정갈하고 멋있게 나오는데 맛도 괜찮다.
"준영인 여기서 매일 이런것 먹고 사는구나." 했더니 정광자가 웃는다.
준영인 저 구석에 앉았고, 나는 한참 떨어져 다른 끝에
앉았으니 지금은 서로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먹고있는지 알수없다.
단호박 위에 모양내서 얹은 새우 튀김도 한접시,
빨간 고추장 양념의 오징어 볶음에 국수를 넣은것이
조그맣고 새까만 화덕위에 신선로처럼 보글거리며 나온다.
해물과 국수 다 좋아하는데 이렇게 소꼽 장난 하는것 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등장하니 눈도 즐겁다.
외국 손님들이 보면 무척 좋아하겠다.
서경자도 이제껏 보던 식당 음식중 제일 났다고 칭찬하고,
미국에서 한국 음식이 제일 좋다는 LA에서 온 김명숙은 말도 않고 먹기 바쁘단다.
칵테일이 맛있다고 홀짝 홀짝 두잔이나 마셨더니 금방 소문이 났다.
석잔째 시작하니까 그제야 독한 술이 들어간것이 느껴지고 마시기가 어려워진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감동적인데
이번엔 진짜 식사 차례라고 소꼽처럼 아주 깜찍하게 생긴 조그만 가마솥에 밥이 나왔다.
깻잎, 나물, 장아찌, 된장찌개등 밥 반찬도 따라 나왔다.
어머나~ ~~ 들어갈 자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납작하고 예쁜 가마솥에 들은, 밑에는 살짝 누른 반공기 정도의 밥이 다 들어간다.
그뿐인가. 오명숙이 준비했다는 바삭바삭한 강정까지 곁드려
완전무결한 점심이 끝이 났다.
우리 식구들 모임도 여기서 가져야겠다고 카드를 하나 집어 넣었다.
밖에 나오니 옆에 있는 율동(律動) 공원이라나?
걷기 시작했다.
옆에 커다란 호수도 있고, 꽃도 있고, 키 큰 나무들로 그늘진
공원 길은 오늘 날씨도 좋아 쾌적하니 산보하기 딱 알맞다.
여기 사는 친구들 모두 다투어 한마디씩 은근히 자기 동네 자랑을 한다.
율동하는 공원이라 율동공원인가? 옆에서는 번지 졈프도 한다.
친구들을 만나 예쁜 점심도 잘 먹고 산책도 하고. 귀부인처럼 여유있게 멋진 하루를 보냈다.
왼편엔 자연 호수, 오른편엔 작은 개울도 있는 아름다운 율동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