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브루스(3)
2. 그 애
정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애도 많구나!
그동안 동창회에 잘 나오지 않았더니만 정말 누가 누군지 모르겠네.
쟤는 누구지? 맞아! 같은 반이었지.
남자애들은 정말 하나도 모르겠네.
다들 나이를 먹어서 인지 속알머리, 주변머리 없는 애도 있고, 쟤는 벌써 백발이네.
쟤는 왜 그리 어리게 보이는 거야. 기분 안 좋게. 우리 동기 맞아?
얼씨구 쟤는 누군데 자꾸 아까부터 날 힐끔 힐끔 쳐다보는 거야.
본 듯은 한데 잘 기억이 나질 않네.
그리 못 보게는 안 생겼는데.
나랑 특별활동을 같이 한 건 아닐 테고 누굴까?
정말 낯이 익네.
아~~ 혹 개아냐?
옛날에 나 좋다고 우리 집 앞 서성거리다가 오빠한테 걸린 그 남학생?
쩨쩨하게 말도 못하고 얼쩡거리더니...
에구! 그때 말이나 하지 그랬니. 또 알아.
하긴 내가 그땐 날리긴 했었지.
쟤도 한 물 가긴 갔다. 머리가 허연걸 보니.
그만 좀 봐라. 얼굴 달겠다.
그건 그렇고 그 애는 안 왔나?
많이 변했을 텐데.
같이 다닐 때가 좋았는데...
시립농대 뒷산이 기억이 나네. 그래도 첫경험이었는데...
하긴 도서관에서 공부나 하지 무슨 호떡 사먹는다고 같이 나서서.
그래도 게 만나고 다니면서 좋았지 뭐.
그래서 인연이란 알 수가 없는 거야.
또 그렇게 헤어질 줄 누가 알았어.
그때 그일 만 없었어도... 휴~.
이제 다 지난 일이야.
나나 그 애에게는 너무 안 된 일이었지만.
그 애가 방황하고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었어.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아! 저기 있다. 여전히 옛 모습이 남아 있네.
얘길 걸어 말아? 날 보면 실망할 지도 모르는데, 잊지는 않았을까?
괜히 민망하다.
관두지 뭐. 다 지난 일인데. 잘 산다니까 다행이고 ...
다 잊었겠지.
내가 미쳤지. 다 지난 일을 가지고.
그래 좋은 추억으로 친구로 간직하고 있자.
가끔 가슴 한구석에서 나를 기억해 낸다면 그것으로 다행이지.
잘 지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