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찻집

가파른 산길 오르고 올라 찾아든 찻집 서양식 벽난로에 따사로운 불길 타오르니 훈훈한 온기가 내 몸을 녹여 주네
따끈따끈 찻잔 속에서 쟈스민 향기 피어오르고 도란도란 오고가는 다정한 이야기 시골집 외할머니로부터 옛날 얘기 듣는 듯
산 그림자 소리 없이 드리우면 맘씨 좋은 주인장이 피워 놓았나 유리창 너머 모닥불꽃 이글거리고…
두근두근 들뜬 마음 불장난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모닥불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참나무 장작 타는 내음 코를 찌르고 나를 쫓아오는 모닥불 연기 손을 훠어이 저어 흐트려 버렸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쟈스민 향기 속에서 오가던 이야기 다시 이어지네
연극이 끝난 후 순식간에 불이 꺼지듯 어둠은 슬그머니 내려앉고 어느새 초승달이 서쪽 하늘에 걸려 있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나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두껍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남양주시 별내면 하이디하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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