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의 산호세, 내 사무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곳에 축구장 2 배 정도가 되는 공원이 있다.
산호세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이 공원은 주위를 돌아 산책로가 있으며 산책로에는 oak tree 들과
red wood, 산목련 등이 심어져 있고 중앙에는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다. 또 공원의 한 복판에는
분수대가 있어 여름에는 어린이들이 분수의 물과 함께 놀면서 더위를 식히곤 한다.
이 공원은 여름에는 매 주 목요일에 "Music in the Park" 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음악회가 열린다.
봄부터 잘 가꾸어 진 잔디밭은 여름의 음악회를 지나면서 이곳저곳이 손상되고 맨 땅이 드러나는
곳이 많이 생기지만, 괸리자들은 계속해서 잔디를 가꾸고 손상된 곳을 복구한다.
때때로 손상된 곳의 잔디를 복구하기 위하여 부분적으로 출입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이 잔디밭에
"잔디를 밟지 마시오" 나 "출입금지" 팻말은 본 일이 없다. 잔디를 가꾸는 것은 결국 시민들이
이를 이용하고 즐기기 위함이며, 잔디가 손상되면 다시 복구하면 된다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감성이다.
11 월이 시작되면 이 공원의 잔디밭은 하얀색의 부직포로 뒤 덮인다. 눈을 구경할 수 없는 이곳에
흰 눈이 내린 풍경을 연상시킨다. 그 다음에는 공원 내에 각종 크리스마스 조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작은 집 크기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가진 미국의 전통적 크리스마스 모습들을 보여주는
조형물들은 12 월 한 달 동안 전시된 후에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다음 해에 다시 설치된다.
대부분의 조형물들은 음악과 함께 인물들이나 동물들이 움직이도록 제작되어 실감나는 옛날의
크리스마스 모습을 보여 준다. 이와 함께 공원에는 수 백개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다.
보통 어른 키만한 생나무들에는 주변의 학교, 기업, 단체들이 참여하여 크리스마스 장식물들을
매단다. 초등학교부터 유명한 기업들까지 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장식물들은 유치하고 단순하지만 참여하는 자원자들의 마음이 담긴 것을 느낄 수 있다.
약 한 달 정도의 작업기간 후, Thanksgiving 다음날에 이 공원의 크리스마스 조형물들에 정식으로
전등이 켜지면,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산호세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풍경을 즐긴다. 이곳에 설치되는 조형물들은 60 여개에 달하며, 이 조형물들은 모두
기부금으로 제작되었다. 이와 함께 32 년 째 이어지는 "Christmas in the Park" 전시를 위해서도
많은 개인과 기업, 단체들이 기부금을 제공한다. 산호세는 이를 하나의 전통으로 만들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의 유래를 잘 모를 수도 있다. 또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통하여 함께 참여하고 나누는 정신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역사가 짧지만 나름대로의 전통을 잘
보존하고 이어나가는 노력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말로는 5000 년 역사를 자랑하면서 실제로
자랑할만한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 과연 몇 곳이나 되는 지,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행사들이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와 우리 것들에 대한
긍정적이고 자랑스러운 마음은 일상의 생활에서 긍정적인 감성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지역사회마다 열리는 수 많은 행사들의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감성을 가질 수 있는 지속적인 행사의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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