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매년 여러번 방문하는 곳이지만 항상 당일치기로, 시간 여유가 없이 서둘러
Yosemite Valley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Thanksgiving 연휴에
모처럼 시간을 내어 2 박 3 일로 요세미티를 방문하여 새로운 곳들을 돌아 보기로 하였다.
요세미티의 진입도 항상 다니는 북쪽 입구가 아닌 남쪽 입구를 이용하여 Wawona 의 캐빈에 짐을
풀었다. Wawona 계곡 안쪽, 숲속에 위치한 캐빈은 난방과 더운물 샤워가 가능하여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쌀쌀한 날씨에도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다.
풍경 사진은 해 뜨기와 해 지기 30 분 전후가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지만, 이 시간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2 박 3 일의 일정이 마음의 여유를 주어, 캐빈에 간단하게 짐을 풀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계곡 주변을 돌아 보며 늦 가을의 풍경을 찾아 보았다. 날이 어두워지면 산 속의
캐빈에서는 할 일이 없어 진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로 자리에 들었다.
아침 5 시에 눈을 뜨자 더운물 사워를 마치고 카메라를 챙겨 날이 밝기 전의 어스름한 길을 떠났다.
오랜 역사를 가진 Wawonal Hotel 주변을 걸으며 이른 아침의 부드러운 빛이 만들어 주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호텔 옆의 계곡으로 다가갔을 때, 눈에 익은 모습이 보였다. 계곡 사이에 걸쳐 있는
지붕이 있는 나무 다리 (covered bridge) 였다. 반가움에 다리 주변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카메라의
셔터를 부지런히 눌렀다. 영하의 새벽 공기 속을 돌아 다니다 보니 얼굴과 손이 얼얼해져 왔다.
Wawona Hotel 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였다. 따뜻한 실내의 고마움이 느껴졌다.
날이 밝자 세쿼이어 나무들로 유명한 Mariposa Grove 로 향했다. 요세미티 계곡은 소나무들이
많지만 한 시간 거리인 Mariposa Grove 에는 세쿼이어 나무들이 울창하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유명한 세쿼이어 나무들을 하나씩 돌아 보는 트레일 코스는 해발고도가 2200 미터에 위치한
Fallen Tree 까지 이어졌다. 가뿐 숨을 몰아 쉬며 트레일을 따라 걷는 동안 카메라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져 왔다. 오랫만에 운동을 한다 생각하고 부지런히 걸었더니 주차장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다리가 후들거리며 근육에 약간의 통증까지 느껴졌지만 마음은 상쾌했다.
오후에 잠시 쉬었다가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산 속에서의 석양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캐빈을
나섰다. 서쪽 능선과 계곡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으나 기대했던 것만큼
멋있는 석양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투명하고 화려한 색의 석양 풍경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어두워진 산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요세미티 계곡의 일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또 다시 싸늘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일찍 길을 나섰다. 요세미티 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는 Tunnel View 에 도착하니 멀리 Half Dom 위로
핑크색의 여명이 보였다. 태양이 계곡 위로 떠오르지 않아 화려한 일출 사진을 얻지는 못했지만
몇 장의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은 것으로 만족하고, 요세미티 계곡을 둘러 보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늦 가을의 요세미티 계곡은 일년 중에 가장 삭막한 때이다. 폭포들의 수량도 줄고, 계곡의 물도
적어진 동시에, 주변 풍경도 빈약하다. 이른 아침에 내린 서리가 초원을 하얗게 만들고 해가 뜨면서
하얀 안개가 낮게 깔렸다. 계곡을 따라 만들어 진 순환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늦가을 풍경을 찾는 데
수량이 적어진 요세미티 폭포에서 무지개 색이 보였다. 아침 햇살이 만들어 주는 아름다움이었다.
오랫만에 Ahwahnee Hotel 로 향했다. 주변의 높은 바위 산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유서 깊은 건물이다. 오랫만에 찾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아름다운 늦가을의 풍경을
보여 주었다. Ahwahnee 호텔 주변의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호텔 안으로 들어 섰다.
따뜻한 한 잔의 커피로 몸을 녹인 후, 고풍스러운 호텔 내부를 돌아 보며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사진을
몇 장 얻었다. 호텔 로비에 놓인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물들이 집과 가족들을 생각나게 하였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2 박 3 일 동안 돌아 다닌 요세미티와 이별을 해야할 시간이었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