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ford 대학과 같은 동네인 Palo Alto 의 주택가 한 복판에는 특별히 눈에 띄이지 않지만 아담하고
예쁜 정원이 있다. Elizabeth Gamble Garden 이라고 부르는 이 정원은, 미국의 유명 기업 중의 하나인
P&G (Procter & Gamble) 공동 창업자인 Gamble 의 손녀, Elizabeth Gamble 이 평생 거주하였던
곳으로, Elizabeth Gamble 은 자신이 거주하는 집의 정원에 각 종 꽃들을 심어 가꾸고 이를 이웃들과
함께 즐겼다. 그리고 자신의 사후에 집과 정원을 Palo Alto 시에 기증하였다.
Palo Alto 시는 Elizabeth Gamble 의 마음을 존중하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 정원을 계속 가꾸며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크지는 않지만 정원에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들을 심는 동시에 한편에는 어린이들의 교육용으로
여러 종류의 채소들과 과일나무 들을 재배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정원에 다른 곳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꽃들이 여럿 있다,
봄이면 나무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피며, 여름에는 보라색과 흰 색 도라지 꽃이 핀다.
여름에는 또 각 종 다알리아 꽃들이 정원을 화려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우리 집 마당에도 아버지께서
심으신 다알리아 꽃들이 가득했었는 데. 이곳에 올 때마다 꽃을 잘 가꾸시는 아버지 생각이 난다.
여름이 지나가면서 정원의 이곳저곳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꽃이 핀다.
(봄에는 다양한 종류의 목련과 동백꽃들이 피고, 가을에는 정원 한편에 심어져 있는 감나무에
주황색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정원 한편에서 우리나라 나라꽃인 무궁화가 하얗게 핀다.
외국에서 만나는 무궁화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무궁화는 꽃이 핀 후 곧 꽃잎이
시들고, 시든 꽃잎들은 보기싫게 나무가지에 붙어 있다. 이 정원에 피어있는 다른 꽃들에 비하면
무궁화는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에서 내세울 것이 없를 지 모른다.
그러나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나라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비록 꽃이 화려하지 않고 꽃이 진 후
보기 싫은 모습이 된다고 해도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인 한 나는 무궁화를 다른 꽃들을 볼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보고, 또 애착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부족한 점이 많고 정부와 정치꾼들이 하는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가 우리나라에 대하여 갖는 마음과 애착은 다른 나라에 대한 마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 나라이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가 다른 부모와 같이 부자가 아니고 유명한 학자가 아니어도 나는 내 부모를 사랑하고
또 존경한다. 내 부모님이 비록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모두 사 주지 못하셨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셨어도 나는 내 부모님이 나와 내 형제들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최선을 다하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개인과 국민들이 자신의 부모님과 가족, 나라에 대하여 어떤 마음를 가져야 할 지 생각해 본다.
Elizabeth Gamble 본인이나 정원을 가꾸는 주변 사람들이 우리나라와 어떤 관련이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원에서 매년 피어나는 우리나라의 꽃들을 보며 특별한 친근함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