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컨 이야기

by hyounglee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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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가까운 태평양 해안을 자주 찾다 보니 이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자연스럽게 친근하게


느껴진다. 언제나 시끄럽고 유쾌하지 않은 냄새를 풍기는 sea lion, 우아하게 그리고 조용히 바위


위에 올라 앉아 있는 elephant seal, 귀여운 모습과 행동의 sea otter, 우아한 비행을 보여 주는


펠리컨, 능숙한 잠수 실력의 가마우찌, 그리고 갈매기들.


이 들 중에서도 나는 특히 펠리컨을 좋아한다. 커다란 몸집이지만 떼를 지어 여러 마리들이 일치된


동작으로 우아하게 비행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즐겁다. 펠리컨은 고기잡이의 명수이다. 하늘에서


천천히 날다가 바다 속으로 화살같이 꽂히면 거의 대부분 물고기를 잡는 것 같다. 펠리컨이 물고기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도 즐거움과 함께 생활의 활력소를 얻는다. 흥미로운 것은 펠리컨이


물고기를 사냥할 때면 바로 그옆 가까이에는 항상 갈매기 한마리가 따라 붙는다. 펠리컨이 물고기를


사냥하는 옆에 바싹 붙어다니며 갈매기는 펠리컨이 사냥한 물고기를 훔치거나 남은 조각을 얻어


먹는다. 갈매기들은 또 항구에서 어부들이 던져주는 물고기 조각들을 먹기 위해 수 십마리들이 떼를


지어 달려 들어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도 자주 본다. 갈매기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주말 오후에 Monterey 항구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때 마침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배들이 여러 척


항구로 들어왔다. 바다낚시를 하러 나갔던 배였다. 배들이 항구에 들어오자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


졌다. 어디에 있었는 지 sea lion, 갈매기들, 그리고 펠리컨들이 배 주위에 몰려 들었다. 낚시 배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다듬고 남은 조각들을 바다 위로 던져주기 시작하자 펠리컨들과 갈매기들, 그리고


sea lion 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내가 놀란 것은 펠리컨들이 물고기를 스스로 잡지 않고 어부들이


던져 주는 생선 조각들을 먹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모습이었다. 평소 보아왔던, 민첩하게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이나 우아하게 비행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항구 가까이 서식하는 펠리컨들은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생선 조각을


얻어 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공원에 가면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판을 자주 보게 된다.


야생동물들이 자연에서 먹이를 얻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야생동물들은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않으려고 하며, 결국 자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아기 곰을 안락사 시킨 일이


있었다. 사람들 가까이 접근하여 먹이를 얻는 데 습관이 된 이 아기곰은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되는


자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기곰을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어미곰이 사람들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이 세상은 평등하지 못하다. 아니 이러한 불평등이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는 펠리컨들과 항구 주변을 맴돌며 어부들이 던져주는 생선조각을 얻어 먹는 데


익숙해 진 펠리컨들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요즈음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복지 문제를 생각해 본다.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스스로 노력하며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범위에서


생활을 하고, 자존심을 가진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스스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자신의 생활을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리며 불평만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는 없다. 남들이 영위하는 생활을 부러워하거나 질시하기 전에


자신의 처지와 능력,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노력을 인식하고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에 맞는 생활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옛말에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다.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남이 나 보다 좋은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그들 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남이 가진 조건만을 부러워하거나 질시하고, 남이 얻은 결과에 대하여


비난이나 하고 있는 한 개인이나 사회의 발전은 없다. 내가 가진 범의 내에서 나 자신의 삶을 만들며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평등이라는 억지 논리로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정치꾼들에게 속아


그들의 앞에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부 젊은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다. 항상 세상을


왜곡하는 정치꾼들의 감언이설은 독약을 사탕으로 포장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 차려야 한다.


캐나다의 아기곰 이야기와 같이 잘못된 복지는 자신과 주변 모두에게 비극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나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여 생활하며, 내가 얻은 것들을 이용하여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사지가 멀쩡하고 젊은 거지들에게는 절대로 동정을


하지 않는다. 형편이 어렵게 되어 노숙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아침 일찍 도시의 휴지통을


뒤지며 캔이나 병들을 모아 작은 돈이나마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비록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자세와 행동에는 자존심이 보인다. 많은 어려운 사람들이 힘든 세상살이에서도 남을 원망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성실하게 살고 있다. 일부 스스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나


원망하고 질시하는 사람들을 뒤에서 평등이니 복지니 하는 말로 충동질하는 정치꾼들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평등과 복지를 왜곡하는 주범들이다. 진정한 복지가 가야할 곳은 소리없이 어려움을 참으며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지내는 사람들이다. 내가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도 이들이다.


 


힘들게 물에 뛰어들어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고 우아하게 비행하는 펠리컨이 되던, 고깃배 주변을


맴돌며 어부들이 던져주는 생선 조각을 얻기 위해 주변의 다른 새들이나 동료들과 치열하게 싸움을


하는 펠리컨이 되던, 그것은 자신에 달려 있다. 그러나 힘들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것을 구하며,


우아하게 하늘을 비행하는 펠리컨에게서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느끼는 것은 모든 상식적인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인 마음일 것이다. 쉽게 얻은 생선 조각들을 먹고 항구 주변만을 맴돌아 비만해 진


펠리컨들과 날씬하게 푸른 하늘을 날아 오르는 펠리컨을 보는 마음이 다르다면, 지금 우리 주변에서


복지에 대해 허황되게 떠들어 대는 소리들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본이 있다고 믿는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