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월의 요세미티

by hyounglee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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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의 북부 캘리포니아 봄 날씨는 예년과 달리 5 월 내내 쌀쌀하고 비가 자주 내렸다. 이렇게


불규칙한 날씨는 4 월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한 내 컨디션을 5 월 내내 계속해서 힘들게 하였다.


여전히 건강한 몸은 건강한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믿으며 틈나는대로 가까운 주변을 카메라를


메고 돌아다녀 보았지만, 하루 외출을 하고 난 후휴증은 몇 일 동안 계속되었다. 많은 시간을 집안에


있으면서 그동안 서랍안에서 잠자던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오랫만에 음악 속에 빠져 지냈다. 


6 월 초의 폭풍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비가 그치고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날씨가 찾아왔다.


그동안 잦은 폭풍과 구름은 요세미티가 위치한 시에라 산맥에 많은 눈을 내려 올해의 적설량은


평균보다 130% 이상이 되었고, 늦게까지 추운 날씨는 6 월의 요세미티 폭포들이 다른 어느 해보다


풍부한 모습을 보여 준다는 소식이 전해 졌다.


날씨가 좋아지는 것을 계기로 요세미티로의 여행을 계획하였다. 낮의 길이가 길어져 아침에 일찍


출발하면 저녁에 큰 불편없이 돌아 올 수 있다. 올해는 많은 눈 때문에 늦게 개통된 Glacier Point 를


가 보기로 하였다. 보통 5 월말이면 개통되는 Tioga Road 는 눈이 다 치워지지 않아 6 월 중순에도


개통 소식이 없다. Tioga Road 는 다음에 기회를 보기로 했다. 


이 번주에 학교들이 여름 방학을 하여서인지 요세미티는 입구에서부터 차들로 붐비었다. 서둘러


Glacier Point 로 향했는 데, Glacier Point 로 가는 길 옆에는 아직도 눈이 쌓인 풍경이 자주 보였다.


이리저리 굽은 길을 달려 Glacier Point 주차장이 가까와지자 차들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하였다.


인내심을 가지고 한참을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주차장에 도착하여 카메라를 꺼내 들고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 이르자 멀리 하얀 눈이 쌓인 산 봉우리들이 길게 늘어 선 시에라 산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위산 표면과 계곡을 따라 떨어지는 폭포들이 보였다.


Glacier Point 는 높이가 2199 미터이고, 이곳에서는 바로 눈 앞에 2693 미터 높이의 Half Dome 이,


멀리는 3900 에서 4000 미터 대의 시에라 산맥 여러 봉우리들이 보인다.


눈 아래에는 요세미티 계곡이 내려다 보이고.


웅장한 화강암 덩어리들과 함께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폭포들, 흰 눈이 쌓인 시원한 산 봉우리


풍경들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고, 요세미티 계곡의  풍경을 보기 위해 서둘러 Glacier Point 를


떠났다. 도중에 눈이 쌓인 곳에서 6 월의 눈 풍경 사진을 얻고, 눈 위를 걸으며 눈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신기한 느낌이다. 6 월에 눈을 만져 보다.


요세미티 계곡에서는 순환도로를 일주하며 멋있는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날 때마다 차를 세웠다. 


요세미티 계곡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사방 어느곳을 보아도 언제나 감탄사를 내게 한다. 하얗게


물보라를 날리며 떨어져 내리는 폭포들이 물이 많이 늘어난 Merced 강에 반사되어 보이는 모습은


또 다른 진기함을 보여 준다. 지난 겨울, 눈 쌓인 평원과 함께 바라본 폭포들의 모습과 지금의


초록색 평원 위의 폭포들 모습을 비교하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는 동안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먼 길을 달려 돌아가야 하는 시간은 가까와지는데 발길은 떨어지지 않는다.


Lower Yosemite 폭포를 가까이에서 카메라에 담고, 차를 출발시켰는 데 갑자기 앞의 자동차들


속도가 느려지면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직관적으로 요세미티를 상징하는 곰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차를 길 옆에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뛰어 내렸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 방향을 보자 숲 속에 커다란 곰의 모습이 보였다. 나무등걸 속에 가려 있던


곰이 천천히 움직이자 그 뒤를 따라 작은 새끼 곰 두마리가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곰 가족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따라 움직였다. 나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카메라의 셔터를 계속해서


눌러 댔다. 드디어 공원의 레인저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곰 가족으로부터 떠나라고 경고를 주었다.


요세미티를 자주 방문하는 사람도 야생의 곰을 직접 보는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다.


아름다운 날씨에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고, 이들을 카메라에 담은 뒤에, 야생의 곰 가족을 만나는


행운까지 얻은 오늘은 마음이 푸근한 느낌이었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