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일기.. 남편 일기..|

by cima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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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누라 일기 -

    아침에 와이셔츠 갈아입던 울 남편
    단추 한 개가 툭 떨어지니까 하는 말이..

    "니는 하루 죙일 집구석에서 도대체 뭐하고 있냐?"

    ‘뭐 하다니..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성질머리 드런 너 같은 인간 내조 하려고
    악전고투 한다. 왜?.. 왜?.. 왜?.. ‘

    성질대로 요렇게 퍼부어 버리면 얼마나 속이 후련 할까만
    그러다가 에구 저 성질머리 드런 남자 약빨 오르기 좋을 만 하고
    혹시 물리적 사고라도 나면 나만 손해인지라
    고로 현모양처인 내가 참아야지.. 흑,흑,
    일부러 기가 푹 죽은 목소리를 내어

    "네.. 지금 금방 달께요." 했더니
    퉁퉁 불어 터진 목소리로

    "냅둬라!!!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라고 한다.

    ‘흐이구 옘병..열가지 잘하다가 한 가지 잘못 해도 저렇게 지랄한다.’

    새벽에 발로 뭔가 신호를 하길래 귀찮아서 들고 차버렸는데
    이런게 다 동대문에서 뺨 맞고 서대문 가서 눈 흘기는 것인가? ..흐흐..

    가만있으면 이 남자 성질에 더 험한 말 나올 것이다
    피하자. 피해 피해서 남주냐
    그래서 남편이 방에 들오면 마루.. 마루로 나오면 방으로..
    신세 한탄 하며 숨바꼭질 하듯 몇 번 하고 나니
    툴툴 거리며 현관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저 현관문만 나서면 인제 내세상이지롱 빨리 좀 나가라 나가.’

    하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데

    "어이 마누라 나 지금 간다." 한다.

    "알았어요, 잘댕겨오셔,"라고 큰소리로 외쳤드니 (사실은 화장실 있었음)

    "야 가는 거 보지도 않니..?"

    그래서 후다닥 현과으로..
    그저 이쁜 조강지처 내 얼굴 한번이라도 더볼라고.. 히히

    "오늘 늦을거야?" 했더니
    "가봐야 알지."라고 한다.

    물으나마나 한 질문에 들으나마나 한 대답이다

    "돈 많이 벌어 오세요."
    라고 하며 비실비실 웃는 내 웃음에

    "니는 돈밖에 모르지?"

    그러고는 날 아래위로 한번 팍 훑어보고는 나간다.

    “에이그 인간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내가 뭐 입이 없어서 대꾸 안하는 줄 아냐?
    30년 가까이 살다보니 나도 너구리 다 됐다.“

    남편 분명히 안듣는 거 확인하고 큰소리를 질렀더니
    아이구야 스트레스가 화악 다 풀린다.

    이래서 난 그 흔한 주부 우울증 같은 것도 안 걸리는 모양이다 ㅋㅋ..


    - 남편의 일기 -

    못 생긴게 이제는 말도 안듣네
    새벽에 생각나서 은근하게 신호를 보냈드니
    눈치도 없이 휙 걷어차기는..

    밉다밉다하니 이제는 업자 하네
    자선 사업 하는 셈 치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한번 안아 주려 했더니 .. 흐흐..

    아무 말도 안하고 사니까
    이뻐서 데리고 산다고 착각 하는감?

    일시적인 착각은 영원한 쪽팔림이라는 명언도 모를까?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더 데리고 살아야 하는데
    무슨 낙으로 살거나..

    에고...지겨워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