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디자인 도시가 될 수 없는 이유

by hyounglee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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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겨울의 짧은 서울 방문 중에 길거리와 지하철 등에서 자주 만나는 문귀가 있었다.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운운 하는 그래픽 디자인, 그것도 영어로 된 스티커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으며,시청의 옥상에는 대형 광고판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미국 유학 시절과 몇 번의 장기 해외 출장을 제외하고 어린시절부터 50 대 까지 서울에서 살았으며,


집과 학교가 서울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바람에 아침 저녁으로 서울의 한 복판을 전차와 버스로


통과하면서 서울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아 왔고, 남보다 조금 먼저 자동차를 운전하며 서울의 곳곳을


돌아 다녔던 나는, 이제 서울에 가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 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또 기회가 되는대로 카메라를 들고 서울 도심과 고궁들, 그리고 교외를 걷는다.


인간공학과 감성,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성장해 온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많은 사람들(특히 외국인들)에게 자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가 서울에 갈 때에는 디지털 카메라 뿐만 아니라 필름 카메라까지 여러 대의


카메라를 배낭에 메고 가지만, 디자인 된 서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대부분 실패한다.


디자인은 겉만 멋있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더구나 도시의 디자인은 그 도시의 시민들 뿐만 아니라


그 도시를 방문하는 외부 사람들에게 친근함과 편리함을 외형의 아름다움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서울은 아직도 '디자인 도시'가 되기에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


도시를 구성하는 도로와 건물이 처음부터 잘못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선진국 어느 도시를


가 보아도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자동차가 올라와 있는 경우는 없다. 건물과 인도 사이에 주차장을


설치한 추한 아이디어(?)가 누구의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때나 자동차들이 인도로 돌진해


오도록 만들어 진 도시가  어떻게 디자인 도시가 될 수 있는가?


또 건물 앞의 인도는 분명히 공공의 도로이며 사람들이 걷기에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물 앞 인도는 건물에  편리하도록 경사가 져 있다. 겨울에 눈이 오거나 길에


얼음이 얼면 이렇게 경사진 길을 걷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들이나


걸음거리가 불편한 노인들이 서울 시내의 인도를 걸어다니는 것은 결코 추천할 일이 못 된다.


나 자신도 비가 와서 물기가 있는 건물 앞의 경사진 인도를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일을


겪은 것이 여러번 있었다. 겨울에 서울의 인도를 걷는다는 것은 생각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이런 서울의 도로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인도에 서 있는 데 한 여자 운전자가 나를 밀어


붙이면서 외제 자동차를 인도로 몰고 들어왔다.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서울에서 인도를 걷는 것은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근본적인 구조가 잘못되어 있는 데, 색이나 입히고 겉 모양을 조금 바꾼다고 해서


서울이 디자인 도시가 될 수는 없다. 시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며,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구조와 기능. 그 다음에 외형 디자인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서울이 진정한 디자인 도시로 발전하기를 진정 바라는 마음이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