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서남쪽에 위치한 Longwood Garden 은 듀퐁 집안 사람들이 만든 여러 정원 가운데에서도
다양한 꽃 들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프랑스에서 이민 온 듀퐁이 화약 생산으로
부자가 된 후 그의 손자 중 하나인 헨리 프란시스 듀퐁이 세운 Longwood Garden 은 그가 죽은 후
재단으로 만들어 져 그의 생전에 정성스럽게 가꾸었던 정원이 계속 발전하며 일반인들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온실 내부를 돌아 보는데에만 2 시간 여가 소요될만큼 웅장한 건물에 각 종 꽃들이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전시되고, 야외 정원에도 로마식 분수와 산책길 등이 잘 꾸며져 있어,
내가 필라델피아를 가면 반드시 들리는 곳 중의 하나이다.
11 월 초, 필라델피아 출장 일정을 잡으면서 제일 먼저 생각하였던 것은 Longwood Garden 이었다.
그동안 봄과 여름에 이곳을 방문하였는 데, 늦 가을에 방문하기는 처음이었다.
온실에 들어서자 바로 중앙에 흰 국화 화분이 커다랗게 놓여 있었다. 국화꽃 옆의 설명서를 읽고 화분
아래를 살펴보니 꽃의 줄기가 하나였다. Thousand Bloom 이라고 부르는 한 그루의 줄기에서
천 송이의 꽃을 피우는 기술의 결과였다. 실제로는 올해에 991 송이의 꽃이 피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온실 이곳 저곳에는 유사한 시도를 하여 천 송이까지는 못 되어도 300 에서 500 여 송이의 꽃이 핀
국화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이 것은 중국과 일본에서 주로 시도되는 기술로 Longwood Garden 에는
일본인 국화재배 전문가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이면 국화 전시회가 많이 열리는
데 이렇게 한 그루의 나무에 천 송이 꽃을 피운 것은 본 일이 없다. 사람의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Longwood Garden 의 온실에서 내가 꼭 찾아보는 곳은 무궁화 단지이다. 상당히 넓은 부분에
각양 각색의 하와이 무궁화를 거의 일년 내내 꽃 피우도록 재배하고 있는 데,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하와이 무궁화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나라는 나라꽃인 무궁화를 왜 이렇게 아름답게 개량하지
못하는 지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었다. 이번에도 커다랗고 화사한 하와이 무궁화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대부분의 백인 관람객들도 이 하와이 무궁화꽃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내지만 내가 갖는 감탄의
마음과는 사뭇 다르리라.
온실 내부를 돌아 보고 나오기 전에 다시 국화들이 피어 있는 중앙 홀을 찾았다. 매년 국화를 기르시고
꽃송이을 크고 화려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시는 아버지가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올해는 서울을
방문할 기회가 없어 아버지가 국화를 키우고 계신 지 모르고 있었는 데, 전화를 드려서 여쭈어 보고
싶어 졌다. 그 전에 많은 국화들을 다시 한번 보고, 또 카메라에 담아 가기 위해 카메라의 촛점을
국화에 맞추었다.
날씨가 쌀쌀해 진 늦가을의 Longwood Garden 야외 정원을 둘러 보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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