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ex 에서 열린 KGC2009 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짧은 서울 출장을 다녀왔다.
10 월 초는 가을을 느끼기에는 이른 시기라 아쉬움이 있었지만 마침 coex 앞에서 국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어 여러가지 종류의 국화를 감상하며 가을을 미리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서울을 출발하는 날, 새벽에 비가 내린 것을 보고, 이른 아침에 서둘러 다시 coex 앞으로 나갔다.
간 밤의 비를 맞은 싱싱한 국화의 모습을 다시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였다.
물방울이 맺힌 꽃송이의 모습들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는 내 주위로 출근길의 사람들이 총총
걸음으로 지나갔다. 출근길에 마음이 바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국화의
싱싱한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그 아름다움을 잠시라도 감상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이 꽃 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흘끔 바라보며 서둘러 지나갔다.
바쁜 출장길, 공항에 나가는 시간을 쪼개 국화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가을을 느끼는 내가
너무 여유롭거나 사치스럽게 느껴졌을까? 아니면 이른 아침부터 꽃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꽃 앞에 쪼그리고 앉는 내 모습이 한심했을까?
어느덧 서울의 길거리에서 내가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되어버린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도 좋다. 화려한 단풍과 낙엽이 쌓인 가을길을 경험하지 못한 올 가을은 화려한 국화 사진을
보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