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구레한 질병이 이십여년이나 나를 붙잡아 당기는 바람에 기를 펴보지도 못하고 살아온 나의 나날들.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니 기운 없이 오가며 마음 먹은 것을 하나도 실행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마음에 아무런 욕심도 없었고, 그냥 생각없이 지내는 수 밖에.
재작년 경부터 몸의 회복 기운이 보이자 나는 즉시, 그동안 못해 본 해외 여행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 첫번째 나라가 필리핀이다. 우리 나라는 겨울이지만 내가 가본 그 곳 필리핀은 초여름의 날씨로 가는 곳마다 야자수 나무가 즐비하고 초원이 넓게 펼쳐진 나라로 우리 나라보다는 산야가 덜 개발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는 오히려 그런 점이 고즈넉한 평안함을 지니고 있는 나라로 다가오는 듯 해보였지만.
그 다음에는 서유럽 5개국을 밟아 보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그리고 스위스였다.
영국의 버킹엄 궁전과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의 멋진 시가지, 이태리의 로마 시대의 유물 유적들,
프랑스에서는 파리의 에펠탑과 세느 강변의 유람선을 타본 기억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스위스는 가는 곳마다 관광지였다.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
그곳에서는 알프스의 융프라우의 얼음 궁전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
그 다음해에는 빙하의 설원과 록키 산맥이 거대한 아름다운 나라 카나다를 방문하여 보았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대자연의 위대함에 넋을 잃을 뻔한 나라가 바로 카나다이다.
지난 2년여동안 방학 때마다 나는 거의 외국에 나가서 여행을 즐겨 보았다. 그동안, 내가 누리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고 살아 온 내 인생의 여정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올해는 해외 여행보다는 국내에 머물면서 그동안 가끔씩 참여하던 수필 강좌 교실에 열심히 참여함으로 이번 방학기간을 유용하게 보내려 한다.
나는 요즘 수필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특히, 수필이 갖는 솔직하고 노골적인 자기 표현으로 글쓴이의 인간성이 쉽게 다가오는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든다. 그렇기에 수필은 논증이나 교훈이 아니고 그냥 미적 대화라고 한다.
미적 대화라.
수필은 자기 생각의 흐름이고 자기와의 대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떠들썩하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고, 화려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으며, 더구나 변덕스럽지 않고, 고요하다. 자신에게 감사하고 다만 지금 여기만을 생각하고 사는 것이다. 그럴때 자신의 참모습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필은 정직하고 진솔한 마음으로 써내려가는 분야이므로 누드의 문학이라 불리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누드의 문학?
참 새로운 언어이다.
지금까지 수필 강좌에서 내가 배운 내용이다.
수필을 하고 나면서 부터는 어디가든지 펜과 수첩을 지니고 다닌다.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나는 방금 한 일도 생각이 나지않아 애태울 때가 많기에.
그런데, 놀라운 일은 펜으로 적어 놓으면서 부터는 여행지에서나 관광지에서는 그곳에서 관광하면서 누리고 즐기는 부분이 더욱 커지고 넓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남이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도 내게는 보여지고,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됨으로써 남보다 더 배가되는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혼자 있어도 행복하고 외롭지 않음을 느낀다.
이런 점도 또한 수필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하지만.
요즘에는 교수님께서 주신 여류 수필가 '황명자 씨의 '흐르는 세월속에 행복을 낚는 여자'라는 수필집에 매료되어 있다.
한 번 다 읽고 또 재차 읽고 있는 중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참 따스하고 정이 있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거리를 걸을 때도 뇌리를 스치는 여러 가지 생각들, 언어들,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한줄기 문장이 되어 맘속에서 춤을 추면서 내가 밖으로 인도해 주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나는 느낀다.
그 아름다운 언어들을 모두 밖으로 불러 내본다.
그리고는, 블로그에 저장을 해 놓으면 그때서야 나는 카타르시스(정화)를 느낀다.
그렇기에 글을 쓰게 되나 보다.
거실 너머로 보이는 수목의 나뭇잎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인생의 환희를 노래 부르는 듯 하다.
나도 덩달아 그 화음의 축제 속으로 잠입하여 들어가 본다.
문득, 하나님께서 이 천지를 창조하신 목적에 대하여 읽은 귀절이 생각이 난다.
창조물들이 여호와를 기뻐하는 찬양의 노래들 들으시려고 창조하셨다고 한다.
천지 만물의 찬양하는 노랫소리를 몸소 들으시려고.
그렇다면, 나의 심안으로 들려오는 이 기쁨의 노랫소리는 무엇인가?
수필과의 만남은 어쩌면 나에게는 신이 허락해 주신 축복임에 틀림 없으리라.
누드 문학에 매료된 이 누드 소녀는 마음속에 영롱한 보석처럼 매달려 있는 삶의 편린들을 모두 주워 담아서, 환한 세상의 빛속으로 살금 살금 걸어 나오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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