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쳐죽일 년

by cima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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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댁은 참으로 가난하다..

    형님내외도 지독시리 가난하고, 아가씨 내외도 너무나 가난하다..

    보험도 없고, 연금도 없고, 저축은 커녕 노후대책이라곤

    외벌이 하는 작은 아들 내외가 전부이다.



    그래서 난 항상 가슴에 큰 돌덩어리가 얹혀져 있는것만 같다.

    시부모님만 생각하면 앞날이 암담하고 막막해서

    할수만 있다면 아주 철저하게 모르는척 외면하고 살고픈게

    아주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지난달 시댁에 갔더니 시어머니 앞니 2개가 없다..

    앞니 2개가 없으니 말씀도 어눌하게 하신다..

    이 마음 약하고 착하신 양반은

    자식들 형편을 훤히 알기에 치과 갈 돈좀 다오...

    소리도 못하신다..



    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신랑에게 물었다..

    어찌하는게 좋겠느냐고...

    '어떡하긴... 우리 형편이 있는데..신경쓰지마..'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한다.

    그래서 정말 나는 이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줄만 알았다...



    그후로 난 한달동안 내가 하던 공부를 접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어제 그 한달간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시어머님 통장으로 보내드렸다..



    집에 오자마자 신랑 퇴근도 보지 못하고 뻗어 잠들었다..

    그리고 자정이 다되어가던 한밤중에 신랑 울음 소리를 들었다..

    시어머니와 통화하며 울먹거린다..

    죄송하다고.. 내일 꼭 치과가서 이 해넣으시라고...

    그리고 다 큰 남자가 혼자 앉아 꺼이꺼이 울더니 나를 안고 잔다.



    8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내 남편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건 나의 오만이었다..

    한밤중에 신랑 혼자 흐느끼던 그림자가

    내 가슴을 찢어놓는다.

    이 남자가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앞니 없는 자기 엄마를 생각하며

    얼마나 가슴 저려 했을지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내 가슴이 너무 아파와서 난 지금 죽어버릴것만 같다..



    신경쓰지 말라며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하던 신랑 말만 철썩같이 믿은 나는..

    나 낳아주신 부모 아니라고..

    신랑보다 덜 아파하고, 신랑보다 더 맘편히 지내온 나는..

    천벌받고도 남을 나쁜년이다.

    돌로 쳐죽일 년이다. 모자란 년이다..



    우리나라 며느리들이 모두 이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