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애가 펜티엄3급 CPU900메가 옛날 고물컴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하면서
견적을 뽑아서 내밀기에 괜찮은 듯 하여 허락해 주었다. 인터넷 'COMS'에서 메
모리 500 메가 - 42,000원, CPU 2기가 -110,000원 메인보드 - 60,000원, 케이스,
티비 수신카드, 파워써플라이 등을 합하여 견적이 340,000원이 나왔다.
택배로 배달이 오자, 아들애는 하루종일 고물 컴의 부속을 뜯어내고 새로 구입
한 부속들을 짜맞추어 조립하며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 뭔가에 몰두해 있는
모습이 너무 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왔다. 한 7시간 정도 일을 하더니 드디어
완성하였는데 ---
그애 방과 거실에는 컴 부속품들이 널려 있어 오가기가 불편하였다. 장시간 일
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쥬스를 가져다 주려는데 아이는 벌써,
"엄마. 부속들이 날카로워요. 발 조심하세요." 염려를 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까치발을 하고는 조심조심 걸어 가보지만 운동 신경이 둔한 편
인 나는 그만 뾰족한 모서리에 발이 찔려서
"아얏, 아이 아파 --- "
연신 비명과 엄살을 같이 발성 연습겸 내어본다. 아이는 그 힘든 작업을 하는 동
안 아무 소리도 없었고 힘들다는 내색 하나 없이 그리고, 손끝하나 다친 곳 없이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 하였다. 과연 이과 출신은 다르다. 정신 노동도 수준급
이지만 육체 노동도 유연하고 조용하게 잘 해낸다. 나는 내 자식이지만 경외심을
가지고 아이를 바라 보았다. 도대체, 저 아이가 뭐가 되려고 장시간의
작업에 끄덕없이 저렇게 잘 견뎌내고 있는가? 마치 대성할 커다란 재목감을 앞
에 두고 있는 듯한 좋은 예감이 ---
내 KTF 핸드폰을 SKT로 바꾸면 지원금이 오만원이나 나온다는 것도 아들애는
알아 내었다. 군대에서 사귄 친구가 안양에서 핸폰 대리점을 하고 있는데 폰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는 소스를 알아 낸 아이는 그길로 안양으
로 가서 가입비만 삼만원을 내고는 4개월전 모델인 최신형 폰을 구입해 오고
---
받은 지원금 오만원을 나에게 주기에 받아 넣었고, 컴부속비 삼십사만원을 주었
지만 아들이 준 오만원을 제하면 내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이십구만원에 불과하
다.
이십구만원에 고물 컴이 CPU 2기가에 성능이 펜티엄 4보다 더 좋은 최신형 컴
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이 새로 탄생한 컴은 듀얼 코어가 두개 있어 펜티엄 4
보다 클럭이 적으나 연산 방식이 달라 성능이 우수하고 작업 속도가 무척 빠르
다는 장점이 있다는 아들애의 설명이다. 다중 작업이 가능하다며 만족해 한다.
위의 그림 중 맨 윗 것은 TV수신카드이다. 이것을 장착하면 케이블 티비 시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기방 컴에 설치하고 케이블을 맘대로 보겠다는 속셈이다.
아래 그림은 새로 구입한 메모리와 CPU를 조립하여 메인보드에 설치한 그림이
다. 이 메인보드에는 그래픽 카드가 내장되어 있어 스마트한 모습이지만 색감은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아이는 알바로 용돈을 벌면 하나 하나 더 좋은 것으로 그
래픽 카드를 구입하여 갈아 끼우겠다는 포부이다.
내가 쓰던 고물컴의 CRT모니터는 아이가 가져가고 군대에서 땀흘리면서 번 돈
으로 구입한 삼십만원짜리 LCD모티터는 내컴에 연결해 주었다. 아이의 세심한
배려가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그뿐인가? 고물 컴에 내장되어 있던 플로피 디스크와 하드 디스크는 과감하게
뜯어내어 아이가 자기 컴에 장착시켰다. 그러니, 그 값도 절약된 셈이다. 아이는
이 궁리 저 궁리 하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하여 골똘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 눈치였다.
그리하여 펜티엄 4급보다 더 성능이 우수한, 업 그레이드 된 두대의 컴이 탄생하
게 되었는데 ---
이십 구만원으로, 맛이 갈까 말까 하던 두 대의 컴기능을 향상시켜 신기능을 갖
춘 우수한 한쌍의 컴으로 부활시켜 놓았고 ---
이만하면 이 아들, 쓸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