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블로그

1970.01.01 09:33

청량리 스케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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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스케치(3)




12.운동장


여학생들의 눈물과 땀이 어린 운동장.


악명높은 여자체육 선생님-무슨 복자가 들어갔는데 함자가 영 떠오르지 않네(돌아 가셨단 얘기를 들은거 같고)- 주도아래 체육시간에는 어김없이 풀을 뽑으며 돌을 골라내는 지극정성으로 운동장은 만들어 졌지.


운동장 양편에는 축구꼴대가 있었고 왼편에는 농구대, 중앙 도로변쪽에는 철봉 및 평행봉이 있었다. 일반 축구꼴대와는 다르게 양귀퉁이가 높게 올라가 있었는데 이게 바로 럭비꼴대의 모습이었다.




럭비는 우리보다 6,7년 선배시절에 전성기였고 우리 때는 명맥만 이어가다 4,5년 후배부터 기량을 발휘하였고 럭비의 명문으로 알려져 왔다.


우리 땐 최동춘, 최갑수, 한인권, 나 4명이었다.


럭비부는 까만 유니폼으로, 방과 후 줄을 지어 고구마 같은 공을 패스하며 뛰어 다니는 모습을 목격했으리라 생각한다. 한번은 한XX가 신나게 패스하며 뛰어 가고 있는 데 힐끗 보니 몇몇 여학생들이 자기를 주목하고 있더라는 거야.  자기 모습이 멋있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한 그는 신이 나서 더욱 더 열심히 뛰었다나. 그런데 뭔가 이상했대. 여학생들이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얼굴을 돌리며 슬금슬금 보기도 하고, 손가락질을 해대기도 하고... 그래서 본인을 살펴 보니 아뿔싸 뭔가 밖으로 나와 덜렁거리고 있었던거야. 럭비부 유니폼은 누가 간수하지를 않으니 바지의 단추란 단추는 전부 없어서, 앞부분을 겹쳐 입는 둥 조심은 했는데 너무 격렬히 뛰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나. 얼굴이 벌개 가지고 돌아서서 옷차림을 단정히 고쳤다고 전해지고 있어. 지금 물어보면 점잖은 체면에 시치밀 떼겠지만...




점심때 럭비공을 차며 놀았는데 한번은 높이 치솟아 오른 공을 잡는다고 박XX가 쫓아 갔는데 싹 돌아 잡으려는 순간 공이 안경에 정통으로 맞아 버린거 있지. 물론 안경을 떨어져 박살이 나고 눈 다치지 않은게 다행이지. 이름하여 럭비공 사건 1호이지.




평행봉하면 대차, 소차등 기가 막히게 해 내던 어깨가 딱 벌어진 이한채, 함형강, 이학영이 생각난다. 박XX가 얘들 흉내 낸다고 평행봉에서 거꾸로 서는 소차를 했다가 그대로 떨어져 지구와 박치기를 하고 양호실로 실려 갔었다는 후문이지. 나중에 보니 얼굴에 훈장이 심하더라구.




3학년때 문과, 이과 대항 축구를 자주 했다. 최XX란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 페인트 모션이 기가 막혔다. 다리는 오른쪽으로 몸은 왼쪽으로 가니 사람 헷갈릴 수밖에. 나중엔 다리만 보고 수비를 하는 통에 그 페인트 모션의 위력이 다소 떨어 졌지만... 아무튼 거의 다 이과가 문과에게 패배를 했었지. 초겨울인가 마지막으로 대전을 해 이과가 문과를 대파했었지. 소생도 멤바였는데 포지숀은 대충 상상에 맡깁니다요.




13.배구장/송구장


경비실 맞은 편에 배구장(송구장)이 있었다. 송구를 할 때면 여기 저기 역할을 소리치며 꼴대에 송구공을 꽂아 넣던, 송구장이 좁아라 하고 누비고 다니던, 여학생에게 인기만점이었던, 둥근 것이라면 무엇이든 능히 다루었던, 만능 스포츠맨 김우한이 생각난다.


요즈음 자그마한 공땜세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지만.


배구를 했다하면 펄펄 날며 뛰어 난 기량을 발휘하던 김경숙, 이덕자, 장민숙등이 기억난다.(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이름을 잘 모르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정구장도 같이 사용하였는데 정구하면 조문제 선수가 팔팔하게 뛰어 다녔지. 몰랑몰랑한 정구공이 생각나네.




14.정신병원


본관에서 보던, 운동장에서 보던 북동쪽으로 모든 이의 마음의 고향이었던 하얀 서울 정신병원이 있었다. 말 그대로 하얀 집, 화이트하우스였다. 그때 카사비양카라는 노래가 있어 노래가사가 ‘언덕위에 하얀 집...’ 딱 정신병원을 가르키는 말이었다. 마음에 안 들거나 괴팍한 친구는 하얀 집 출신으로 간주했다. 그때는 꽤 높은 건물이어서 청량리에서는 어디서나 보였으나 지금은 높은 빌딩과 아파트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그곳에서 만난 몇몇 친구들이 생각나는데...




15.개구멍 옆 호떡집


청량리 로타리에서 학교 쪽으로 난 골목에는 호떡집이 많이 있었고, 방과 후에 많이 이용하였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든, 모임을 같든 출출하면 개구멍을 통해 이곳에서 호떡을 사서 먹곤 했던 기억이 난다.


JRC에서 응급처치 교육시, 위문공연 연습시 끝나면 단체로 몰려가 호떡을 먹곤하였다.




위문공연하니 생각나는데 고2때인가 보다.


가평에 있는 모 부대로 위문공연을 가게 되었는데 우리학년 남학생은 여자 캉캉 춤을 추게 되었었지. 연습도 연습이지만 가슴에 꼭 필요한 소도구가 없는거야. 그래서 할 수없이 후배여학생들 걸 반강제로 거두어 썼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지 몰라. 빌려 주었다는 여학생 이름도 다 기억은 하는데 한번 물어 봐야지. 다 잊었겠지만.




1학때는 JRC서울시 응급처치 경연대회 출전하기 위하여 응급처치를 맹훈련하였는데 그때 배운 삼각매듭을 지금까지 잘 써먹고 있지.


암튼 환자술자 교대라는 말이 기억에 생생하네.


다른 것보다 대퇴골 골절시 응급조치가 제일 어려웠는데 부목을 대고 땡기고, 머리를 고장시키고, 온몸을 묶고 그랬거던.


방과후 선배들의 호된 기압속에서 훈련을 끝내고 먹는 호떡맛이란. 정말 맛있는 천국이었지.


을지로1가에 있는 JRC서울시 지부에서 경연을 했는데 입상을 했던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지금은 호떡집골목은 먹자골목으로 족발이 유명하고 최근에는 각종 돼지머리, 순대집들이 들어 서 있어 퇴근길 딱 한잔 집으로 적격이다.




16.학교주변 극장


학교 주변에는 로타리에 동일극장, 성바오로 병원 지나 답십리쪽 진입구쪽에 오스카극장, 답십리쪽으로 시대극장, 대왕코너에 대왕극장이 있었다.


007영화 상영 시에는 이곳에서 단골로 만나는 김XX도 있었고, 방과중에 슬쩍 개구멍 탈출을 감행해 대왕극장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다 선도교사에게 걸려 끌려 와 반성문을 1달이나 쓴 이XX도 있었다.


지금은 전부 없어졌고 오스카극장은 건물도 헐려 수산시장이 들어섰고, 시대극장자리에는 나이트크럽이 자리잡고 있다.




17.학교주변 빵집/중국집


빵집은 동일극장 밑에 동일빵집, 로타리에서 동대문쪽으로 오서울제과, 중량교쪽으로 육교밑에 육교제과가 있었다. 로타리근방 홍릉쪽으로는 중국집이 잇었지.




당시에 빵집을 가면 출입구 쪽에 앉아 돈 계산할 때 즘엔 먼저 튀고 구석에 앉은 친구가 어쩔 수없이 돈을 지불하던지, 피를 뽑던지 하는 것이 유행이었었는데, 항상 36계의 선두를 달리던 XX란 친구를 골려 주기로 한거다. 한 놈이 자기가 사겠다고 안심시키며 자연스럽게 얘를 구석에 앉혀 놓고 왕창 먹은 뒤 그대로 몽땅 줄행랑을 친거다. 그런데 얘가 진짜로 돈이 없었던거다. 궁리하던 끝에 일단 빵을 더 시켜 먹은 후 전화를 거는 척하다 ‘이거 왜 전화가 안 되지’ 하면서 나와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는데. 암튼 한동안 XX, 시대극장 앞을 못걷고 언제나 대왕코너로 삥 돌아 다녔다는 후문이야.


그것이 마음에 두고 두고 걸려 10년뒤 돈을 갚으려고 찿아 갔더니 이미 없어졌다나? 믿어야 할까?




이 중국집이 언제나 만원이었지.


그당시 고삐리가 갈 때가 있나? 탁구장, 중국집 아니면 빵집이었는데 그나마 훈육주임한테 걸리면 혼쭐이 나던 시대였으니.


한번은 저녁때 이곳으로 간만에 짜장면에 물(?)을 마시러 간거다. 방으로 들어 가 고삼때라 스트레스도 많았던 때라 신세타령하며 한참 오르는데, 옆방에서 요상한 소리가 들리는거다. 여학생들인데 한잔들 하셨는지 상스러운 말을 거침없이 내 밷으며 떠들어 댔다, 이에 열이 오른  김XX가 조용히 하라고 점찮게 타일렀는데, 웬걸 조용하기는 커녕 육두문자를 쓰며 더 떠드는거야. 이에 격분한 김XX 짜장면 그릇을 그냥 날려 보냈는데 (위가 열린 방이었거던) 악소리와 함께 떠들썩하더니 그릇이 하나 날라 오는거야. 이쪽도 질세라 날려 보내고, 한바탕 아우성을 치고 말았지. 교복이고 온통 짜장면에 범벅이 되고.


결말은???????




육교제과에 앉아 행여하며 지나가는 XXX여고생들을 하염없이 쳐다 보던 이XX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또 앉아 있을까? YY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XX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18.현재의 모습


지금은 학교의 옛 모습은 찿을 길이 없고, 정문 쪽에는 5층짜리 미주 상가가 있고, 그 외는 미주아파트가 들어 서 있다.


주변도 많이 변해 기존의 청량리역은 폐쇄되고 그 옆에 신역사가 들어섰다.  대왕코너는 롯데백화점이 되었다. 박XX가 맥주를 마시다 선도교사에게 걸려 혼쭐이 났던 대왕코너 오른쪽계단입구 호프집은 흔적도 없다. 청량리 시장자리에는 현대코아가 들어서 쇼핑센타겸 아파트인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 있다.


청소년금지구역도 지금은 많이 쇠퇘하였으나 지저분했던 거리에서 조금은 깨긋하게(?) 변했으며(낮에만) 종전과는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애들이 야끼만두와 빼갈을 즐길 수 있었으며(안 보이니까), 여학생들과 갈 수 있었던 유이한 곳(한 곳은 빵집), 로타리에 있던 1층 중국집은 2층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30년전의 모습은 자취도 없어 쓸쓸한 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즐거웠던 그때의 추억과 좋은 친구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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