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와 말씨름을 하였다. 아침이면 TV뉴스를 보며 날씨를 듣고 오늘 입을 옷을 선택하는 것이 오랜 습관이다. 큰 아이와 출근 시간이 겹치다 보니 거울 앞 점유 경쟁이 은근히 치열하다. 전면 경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그 자리가 TV를 보면서 매무새를 점검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드라이어를 사용하고 있는 아이에게 잠깐 욕실에서 사용하라 말한다. 아이는 자기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로 반론을 펴더니 취업하기 위해 학원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현재의 생활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토해내기에 이른다. 나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도 마땅치 않은데 말대꾸까지 하며 자기의 주장을 내게 주입시키려 하는 것에 화가 났다. 그러나 그 때 딸 아이의 행동에 투영되어 떠오르는 모습이 있었으니… 나랏님께 간언이라도 하듯 그렇게 해야 하는 소명이라도 받은 양, 엄마에게 늘 무언가를 주장하던 나의 모습이다. 바른말을 한다는 명분으로 내 할 말을 또박또박 해 대던 내게 엄마는 맏이라서 더 서운하다고 말씀 하시곤 하였다. 아버지와 의견충돌이 있을 때도 엄마가 강자인 것만 같아 내심 아버지에게 마음을 기울이곤 하던 딸이었다. 때때로 고부간 갈등을 간간이 비치는 엄마에게 올케입장만을 편들어 올케에게는 제일 편하고 좋은 시누이가 되었지만 엄마는 참 서운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그 모든 것이 후회 된다. 엄마가 무슨 미움이 많아 그랬을 것인가. 내가 엄마 말을 들어 주기만 했어도 엄마는 그저 그것으로 위로를 받았을 텐데… 나와 대립이 팽팽해져 극도로 피곤해질 때면 가끔 엄마는 내게 꼭 너 닮은 딸 하나만 낳아 키워보라고 말하셨다. 오늘 일을 보면 엄마의 말대로 꼭 나 같은 딸을 키우는 것이다. 아이에게 꽥 소리를 질러 제압 아닌 제압을 하고 집을 나서 사무실에 도착하니 휴대 전화에 문자가 찍힌다. “엄마 미안해요, 다음부터 안 그럴게, 잊어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보내세요, 사랑해요~” 나는 혼란스럽고 무거웠던 마음이 다소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 내가 이처럼 엄마에게 한번만이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했더라면 지금 내 마음이 덜 무거웠을 텐데… ♬。Remember-오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