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는데 우산이 휘어지도록 빗줄기가 흘러 내린다.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걷는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한 곳을 응시하고 걸어가고 있었다. 대단한 신심들이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한 곳을 응시하고 걸어가 본다.
교회에 도착하니 수천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으되 말할 수 없이 조용하다. 드디어 예배가 시작되고 500 여명의 성가대가 찬양을 하고 있었다. 베토벤의 천사의 합창이란다. 얼마나 아름다운 곡인지 마치 천사들이 공중에서 합창을 하고 있는 듯이 맑고 깨끗한 소리에 내가 천국에 있는 듯 하였다. 어떻게 수백명이 한사람처럼 소리를 내는지 너무 신기하기도 하였다. 듣는 동안 내내 행복하였다.
예배가 끝나자 발걸음을 총총 옮겨서 교회를 빠져 나온다.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용마산역에 있는 용마폭포공원에 들러 볼 예정이다. 참으로 마음이 급하다.
드디어 용마산역이다. 가볍게 내려서서 비내리는 거리를 잽싸게 걸어 올라가 용마폭포공원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함초롬히 빗물을 머금은 나뭇잎, 풀잎들의 반가운 환호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가끔, 조깅을 하던 축구장도 들러보고 아파트 숲과 도시의 모습에 매료되어 주저앉을 뻔 하였다. 며칠 전 아차산 야간 산행에서 보았던 모습과 흡사하였다.
구비구비 흐르는 강물이
도시를 감싸고
점점이 일어나는 보석같은 가로등 불빛들
서서히 다가오는 어둠에게
도시는 그렇게 자리를 내어주고는
평온한 안식속으로 조용히 저물어간다.
그 때, 아차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멋진 도시의 모습은 도서히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치 언어가 초라해짐을 느낄 정도로 장엄하고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우리들은 할 말들을 잊은 채 무언의 탄성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안으로, 안으로
빗줄기가 강해서 더 걷는 것을 단념하고는 길 아랫쪽으로 내려가 집을 향해 걷는다. 갑자기,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북한산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한 여동이 뒤쳐지자, 남동들이 번갈아가며 그 여동을 인도하여서 우리와 같이 했던 순간들,
"이번에 네 차례다. 가서 저 여동을 데리고 올래?"
"아, 그래? 그럼 내가 가지."
돌아서는 남동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수가 없었다. 너무 감동적인 장면이어서 나는 그 순간을 좀 더 누리고 싶었다. 한 바위산에 올랐을 때 나는 그 멋진 우정의 장면 속에 몰입해 있고 싶었고 내 마음 속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의 얼굴들을 보니 아무 느낌도 없는듯이 보였고, 난 혼자만 감격하여 어쩔 줄 몰라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우리 25기 친구들이 모두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25기의 우정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