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미자를 생각하며

by 황영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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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난 벗에게 ***



***이해인 ***


(마리데레사 수녀님 영전에   난 미자에게 )



우리가 얼굴을 마주했던 이승의 가지 끝에서

네가 먼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운 날은

잿빛 바람이 불었다.



가을의 손에 안겨

한마디 인사 없이 떠나간 너



꽃으로 피어나던 너의 젊음이 지고 난 뒤엔

흩어진 그림자만 남아서 운다.



아직도 귀에 익은 밭은 기침 소리

네가 길들인 책상위엔

서원의 합장을 한 두 손이 보이고

까만 구두엔 이승을 걸어나간 발의 그림자



네가 쓰다만 편지처럼 미완성의 세월을

우리도 잊으며 잊혀지며 살아야 한다.



벗이여 말해 다오

그대 잠간 자리를 비킨 것 뿐

숨어서 남은 우리를 기다린다고



먼 이별은 가가운 만남으로 되돌아 오고

네 눈감은 슬픔은 눈부신 부활의 빛으로

환히 뜨일 날을 믿게 해 다오



지금은 떨어져간 보고 싶은 친구

기다리는 친구여